풍요의 시절이 저물고 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힘이다.
六四 翻翻不富以其鄰 不戒以孚
象曰 翩翩不富 皆失實也 不戒以孚 中心願也
육사 편편불부이기린 불계이부
상왈 편편불부 개실실야 불계이부 중심원야
-깃털이 빠져 사방에 흐트러지듯 이웃과 함께 누리던 풍요로움이 사라질 것이다. 서로 경계하지 말고 믿어야 한다.
-깃털이 빠져 사방에 흐트러지듯 풍요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실질實質을 모두 잃는 것과 같다. 서로 경계하지 말고 믿으라는 것은 진심으로 서로를 대하라는 것이다.
육사는 득위했으나 실중한 자리입니다. 큰 것의 시대는 갔고 이제 본격적으로 작은 것의 시대가 도래했지요. 내호괘는 태괘(☱), 외호괘는 진괘(☳)로 음이 점차 늘어나는 상입니다. 본래 감괘(☵)에서 새가 나는 형상이 나옵니다. 가운데 양이 몸통이요, 양쪽의 음이 날개인 것이지요. 지천태괘의 내호괘에서 외호괘로 나아가는 모습에는 새가 날개짓하는 질서정연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깃털이 빠져 이리저리 나부끼는 모양이 느껴집니다.
내괘 건괘부터 내호괘, 외호괘, 외괘 순으로 차례로 보면 '☰ ☱ ☳ ☷'의 순서가 되어 양이 점점 흩어져 음으로 변해 버리는 모습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볍게 나부끼거나 훨훨 나는 모양'을 뜻하는 '편편'의 상은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편편에서 새를 끌어들인 해설들이 대부분입니다. 새가 하늘 높이 나는 모양을 자꾸 생각하니 해석이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주역의 해석에는 무엇보다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편편'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그 상이 괘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읽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새가 아니라 차라리 새의 깃털이 더 어울립니다. 하나의 몸통에 함께 붙어 있던 깃털이 사방팔방 흐트러져 버리니 결국 몸통도 옴쭉달싹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