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31.택산함괘澤山咸卦>-구오

마음을 비우고 상대와 아랫사람들의 사정을 살피라.

by 오종호



九五 咸其脢 无悔

象曰 咸其脢 志末也

구오 함기매 무회

상왈 함기매 지말야


-등에서 감응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등에서 감응하는 것은 말단에 뜻을 두는 것이다.



구오는 남녀의 사귐이 마음으로 소통하는 단계 마저 넘어선 것입니다. 불가에서는 108번뇌를 얘기하지요.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통해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 감각하니 끝없는 번뇌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입니다(3x6x6=108). 반야심경의 언어로는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의 오온五蘊이지요. 그래서 오직 현재를 사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지만 그것이 쉬우면 번뇌가 생길 리 없겠지요.


따라서 등에서 감응한다는 것은 마치 모든 것은 공空하다는 이치를 깨달은 자처럼 몸에도 마음에도 걸리는 것 없이 상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품어 줄 수 있게 된 다정한 노부부의 경지와 같습니다.


등을 얘기할 때 우리가 주로 쓰는 글자는 등 배(背) 자입니다. 배경背景, 배낭여행背囊旅行과 같이 물리적인 등으로서 '뒤'의 의미로 사용되거나, 배반背反, 배신背信, 배임背任, 배은망덕背恩忘德처럼 관념적인 등으로서 '배반하다'의 뜻으로 활용되는 글자입니다.


'매脢'는 '척추(등심대)에 붙은 살' 정도의 의미로 등의 기능적 속성을 강조합니다. 등의 기능적 속성이란 곧 몸을 지탱하고, 신경을 관장하는 척추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상대에게 더 바라는 바가 없고 상대를 위해 억지로 꾸밀 필요도 없이 그저 상대의 존재 자체로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야말로 사랑의 최고 경지일 것입니다. 구오는 외괘의 중정한 자리이지요. 구오가 동하면 괘가 대감大坎의 상이 되니 외호괘 건괘의 임금의 덕이 물처럼 아래로 흘러 만백성을 위로하는 뜻이 나옵니다(노호감勞乎坎). 왕이 오직 백성들을 위해 선정을 펼치듯, 자기 자신은 잊은 채 상대 입장에서 마음을 쓰며 배려하는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을 테지요. 그런 배려가 가능한 이유는 척추로 몸의 구석구석에서 전해지는 느낌을 감각하듯 상대의 모든 것을 감지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일심동체의 수준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공자의 '지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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