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에 깊게 긁힌 거시기로 인하여 그 망할 놈의 수의사에게 정형외과적이면서도 동시에 비뇨기과적인 치료를 받은 후 묵직한 깁스를 한 채 자존감을 드높였던 목장 주인은 실밥을 뽑기 위해 석고붕대를 풀고 난 날 이후로는 한 동안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트라이엄프와 숏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새 숏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이었고, 사표를 내고 떠나기 전까지 트라이엄프 전담 관리사였던 직원 녀석이 전한 바에 따르면 트라이엄프도 아내의 부재라는 충격을 어느 정도 딛고 나서 숏을 통해 삶의 의지를 다시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기랄! 그 놈의 삶의 의지는 나에게 필요하단 말이다.’ 이것이 사표를 내고 돌아선 직원의 뒤통수에 목장 주인이 묵음으로 던진 문장이었다.
더 이상은 자기 다리로 트랙을 달릴 수 없었고 더 이상은 신선한 정자를 자기 몸 밖으로 달리게 할 수도 없었던 트라이엄프는 그러나 여전히 목장 안의 다른 말들의 리더의 지위를 잃지 않았다. 다른 모든 말은 트라이엄프의 지시에 정확히 따랐고, 그렇게 특별히 잘 달리는 재주를 갖지 못한 많은 다른 말까지도 일사분란하게 목장의 초원 위를 거닐며 왕성하게 풀을 먹어 치우고 있었다. 이제 목장 주인에게 방법은 하나, 트라이엄프와 숏을 처분하는 것만이 남은 셈이었다. 자칫 더 이상의 방치를 하다가는 태양과 비와 바람의 노동보다 더 빠르게 목장의 풀이 소비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고 목장 주인은 냉철한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 노동의 대가를 초과하는 말들의 과소비란 곧 추가적인 먹이의 구매나 초지의 매입의 필요를 의미했는데 수십 년간의 말 전문가로서의 마본주의馬本主義적 사고체계에 있어서 그것은 한마디로 말 같지 않은,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