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주역 <44.천풍구괘天風姤卦>-단전과 대상전

by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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彖曰 姤遇也 柔遇剛也 勿用取女 不可與長也 天地相遇 品物咸章也 剛遇中正 天下大行也 姤之時義 大矣哉

단왈 구우야 유우강야 물용취녀 불가여장야 천지상우 품물함장야 강우중정 천하대행야 구지시의 대의재


-<단전>에 말했다. 구는 만남으로, 유가 강을 만나는 것이다. 여자를 취하지 말라는 것은 더불어 오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지가 서로 만나니 온갖 사물이 다 빛난다. 강이 중정을 만나 천하가 크게 행하니 구의 때에 순응함이 크도다!



'품물'은 1괘 중천건괘 <단전>의 '품물유형品物流形', 2괘 중지곤괘 <단전>의 '품물함형品物咸亨'에 등장했다가 오랜만에 재등장했습니다. 품물은 곧 만물萬物인데 품品이 쓰였으니 뭇 사물의 품성과 본바탕을 강조한 개념입니다.


'함咸'은 위의 품물함형에 쓰인 것처럼 '다, 모두'의 뜻을 갖습니다. 그러나 천풍구괘이기에 이 함咸을 다른 관점에서 보다 깊이 읽어 줘야 합니다.


하경의 시작인 31괘 택산함괘의 괘사(咸 亨 利貞 取女 吉 함 형 이정 취녀 길)에서 우리는 천풍구괘 괘사의 '물용취녀'와 대비되는 '취녀 길'을 보게 됩니다. 이미 공부했듯이 함咸은 몸과 마음의 교감이며 감응입니다. 따라서 위의 '함장咸章'은 '다 빛난다'는 표면적인 뜻보다 '서로 감응하여 번성한다'의 속뜻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택산함괘의 호괘가 천풍구괘라는 점은 이를 뒷받침해 줍니다.


'강우중정'은 구오에 대한 얘기입니다.


'시의時義'라고 하여 천풍구괘 역시 때에 순응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는 괘의 하나임을 공자가 밝히고 있습니다.




象曰 天下有風 姤 后以 施命誥四方

상왈 천하유풍 구 후이 시명고사방


-<대상전>에 말했다. 하늘 아래 바람이 있는 것이 구니 후는 이를 본받아 명을 베풀어 사방에 고한다.



'천하유풍'은 건괘 아래에 손괘가 있는 괘의 상을 말한 것입니다.


<대상전>은 먼저 괘상을 말하고 이어 군자이君子以 이하에 괘상을 보고 군자가 본받아 실천하는 내용이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요. 여기에서는 군자 대신 '후后'를 썼습니다. 괘 전체에 있어서 초육의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단, 초육 자체를 얘기한다기 보다는 내괘 손괘의 장녀의 의미를 살려 임금의 부인이나 여자 임금의 도리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요. 앞서 11괘 지천태괘의 <대상전>에도 후이后以가 쓰였습니다(象曰 天地交泰 后以 財成天地之道 輔相天地之宜 以左右民 상왈 천지교태 후이 재성천지지도 보상천지지의 이좌우민).


'명命'은 천명天命이니 '시명'은 천명을 펼치는 것입니다. 고告는 많이 등장한 반면에 '고誥'는 처음 나옵니다. 황제가 내리는 명령이나 그 명령을 적은 글을 고명誥命이라고 합니다. 고는 포고布告, 공고公告, 광고廣告 등과 같이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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