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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02. 2021

일상의 논어 <학이學而2>-효제孝悌


有子曰 其爲人也孝悌而好犯上者 鮮矣 不好犯上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悌也者 其爲仁之本與

유자왈 기위인야효제이호범상자 선의 불호범상이호작란자 미지유야 군자무본 본위이도생 효제야자 기위인지본여


-유자가 말했다. "사람됨이 부모에게 효성스럽고 공손하면서 윗사람을 거스르기 좋아하는 자는 드물다. 윗사람을 거스르기 좋아하지 않으면서 사고 치기 좋아하는 자는 있지 않다.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서면 도가 살아난다. 효도와 공경은 인을 실천하는 근본이다. 



유자는 공자의 제자로 공자와는 마흔 세살 차이라고 하지요. 공자를 제외하고 증자曾子와 더불어 <<논어>>에서 자子로 불리는 두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자子는 십이지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처음에 오는 글자로 십천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중의 수水 오행에 해당하는 임계壬癸를 품고 있는 글자입니다. 그리하여 자子의 호칭을 가진 이는 '학문을 크게 닦고 깊이 깨달아 후학에게 가르침을 전수할 정도가 된 사람'의 개념이 됩니다. 명리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는 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을 꼰대라고 비꼬는 현 세태에서 효도와 공경을 인仁의 근본이라고 강조하면 꼰대스럽다는 소리 듣기 딱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실 간단하게 해결되지요. 시대가 변했어도 부모에 대한 효도와 웃어른에 대한 공경의 가치는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불효와 불경 사례가 드물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용인될 정도는 아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효도와 공경을 지켜져야 할 가치로 여깁니다.   


우리가 바로잡아야 할 것은 꼰대에 대한 그릇된 개념일 뿐입니다. 꼰대라는 단어는 나이와 상관없이 생각이 굳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채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 한줌도 안 되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타인과 세상을 분석하고 판단 내리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지식을 쌓고 지혜를 캐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나이를 먹을수록 유연한 사고와 노련한 행동 능력을 보이는 사람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 말이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나이에 걸맞은 실력과 품성을 갖추지 못한 채 소위 나잇값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꼰대라고 불리는 상황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효孝와 제悌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웃어른의 말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고의로 거스르려고 하지는 않겠지요. 괜히 사고를 치고 다니지도 않을 것입니다. 작란作亂은 난리를 일으키는 것이니 사고를 치는 것입니다. 장난이 이 작란에서 유래했다고 하지요. 


우리는 <<주역>> 5괘 수천수괘水天需卦 상육 효사(上六 入于穴 有不速之客三人來 敬之 終吉 상육 입우혈 유불속지객삼인래 경지 종길 / 구멍에 들어갔는데 불청객 세 명이 온다. 그들을 정중하게 대하면 길하게 될 것이다)를 함께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초야에 묻혀 조용히 살고 있는데 청한 적 없는 사람들이 찾아왔음에도 예의를 갖추어 정성스럽게 대한다는 것은 이 사람이 작은 사람이 아님을 짐작하게 합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든 어떤 자리에 올랐었든, 때가 되어 물러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요, 세속적 성취나 지위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어진 사람인 것이지요. 부모나 웃어른 만이 아니라 나이와 신분, 직업 등에 상관없이 타인을 환대하고 타인 앞에서 자세를 낮출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오늘날의 관점으로는 근본을 갖춘 군자, 리더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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