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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27. 2021

일상의 논어 <학이學而14>-호학好學


子曰 君子 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자왈 군자 식무구포 거무구안 민어사이신어언 취유도이정언 가위호학야이


-공자가 말했다. "군자가 먹음에 배부름을 바라지 않고 거함에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공부에 힘쓰고 말은 삼가며, 도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바로잡으면 배움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대목을 '호학'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풀이해야 합니다. 앞의 구절들은 호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군자의 조건 곧 '배움에 임하는 군자의 자세'에 대해 얘기하는 것으로, 군자에 대한 일반론으로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식무구포'를 표면적으로 보면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식탐하지 말라'는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학에 집중하면 '가난하여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공부할 수 없는 핑계로 내세우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배고파서 공부가 안돼"와 같이 말한다면 호학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거무구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이 단칸방이라서 공부하기 어려워"와 같이 말하며 환경과 상황을 구실로 삼아 배움에 소홀해서는 호학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사事는 일이지만 배우는 사람에게 일이란 곧 공부입니다. 민敏은 민첩하다는 뜻이니 '민어사'는 '공부에 민첩하다, 공부에 힘쓰다, 열심히 공부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신어언'은 말에 있어서 삼가는 것이니 곧 말을 삼가는 것이지요. '민어사신어언'은 배우기는 적게 하면서 말은 많이 하는 오늘날의 대중 강연자들에게 들려주는 일침 같습니다.  


'유도有道'는 '도가 있는 곳, 진리를 배울 수 있는 곳'의 개념입니다. 장소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지요. 배움에 대한 간절함이 있을수록 더 큰 배움을 찾아 나아가게 됩니다. 잘 모르는 것을 정확히 알고 싶고, 모자라는 것을 채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앎을 바로 세우고, 어긋난 자신의 앎의 상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건강한 욕망이지요. '취유도이정언'의 의미입니다.


시대는 달라졌어도 배우기를 좋아하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공부하기 마련입니다. 공부의 개념을 확장하면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얘기입니다. 핑계 많은 사람 치고 성실하게 일 잘하는 사람, 성과를 내는 사람, 자기만의 노하우를 깨우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인생은 위대한 반전을 만들기에 충분히 길지만 똑같은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에게는 짧디짧을 뿐입니다. '흡족한 돼지'가 '불만족스러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일은 결코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호학자好學者의 성취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니, 배우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스스로 반전의 기회를 발로 차 버리는 어리석은 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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