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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29. 2021

일상의 논어 <학이學而15>-절차탁마切磋琢磨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子貢曰 詩云 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 子曰 賜也 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

자공왈 빈이무첨 부이무교 하여 자왈 가야 미약빈이락 부이호예자야 자공왈 시운 여절여차 여탁여마 기사지위여 자왈 사야 시가여언시이의 고제왕이지래자


-자공이 말했다.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지만 교만하지 않다면 어떠한지요?" 공자가 말했다. "괜찮지. 허나 가난해도 마음이 즐겁고 부유해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 못하다." 자공이 말했다. "<<시경>>에 자르는 듯, 가는 듯, 쪼는 듯, 가는 듯하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인가 봅니다." 공자가 말했다. "사야, 이제부터 더불어 시를 말할 수 있겠구나. 지나간 일을 가르치니 앞일까지 아는구나."   



빈貧에 있어서는 첨과 낙樂, 부富에 있어서는 교와 호예好禮가 대비되고 있습니다. 공자는 이른바 청빈낙도淸貧樂道할 줄 줄 알아야 하고, 부자가 되어서도 항상 예를 지켜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당당한 것이나 가진 것이 많아도 겸손한 것보다 이런 태도가 한 수 위라는 것이지요. 결국 학문의 연마와 인격 수양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난하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삶의 결과로서의 '맑은 가난'은 고결한 것이지요. 청백리가 드문 세상이지만 국민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사명으로 여기는 청빈한 공직자의 사례는 감동을 줍니다. 국가의 녹을 먹는 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 보여 주는 귀감이 되지요. 지성과 교양, 고매한 인격을 가진 사람은 물질이 적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물질이 주는 안락함을 탐하지 않으니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이니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좋은 집에 살면서 최고급 차를 몰고, 갖고 싶은 것은 언제든 구매하고 먹고 싶은 것은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삶을 꿈꾸지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꿈을 이루어 누리고 살면 됩니다. 대신 많이 가졌다고 상대적으로 덜 가진 사람들에게 갑질하는 한심한 인간은 되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것 중에 겨우 돈 좀 있다고 뭐라도 되는양 무례를 일삼는 자들은 불쌍하지요. 겉으로야 그럴듯한 학위에 직업을 가졌더라도 영혼이 가난한 자들에 불과합니다. 그런 자들을 우리는 천박하다고 부릅니다.  


절차탁마한 옥돌만이 귀물이 되듯 절차탁마한 사람만이 귀하게 됩니다. 천박해도 부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소위 부천富賤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귀貴의 가치는 설 자리가 없는 듯하지요. 하지만 사람의 진가는 결국 귀함으로 판가름납니다. 영혼을 기름지게 가꾼 귀한 사람은 귀한 삶을 살게 되어 있습니다. 부富라는 것도 끝내는 귀貴를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사회가 정의로워질수록 부는 탁한 곳으로 흘러들기를 멈추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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