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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29. 2021

일상의 논어 <학이學而16>-지인知人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자왈 불환인지부기지 환부지인야


-공자가 말했다. "사람들이 나를 몰라주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사람들을 알지 못함을 근심하라."



<학이편> 1장 '시습時習'에서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세상을 위해 충분히 쓰일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자신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나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면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지요. 그렇다고 세상과 사람들을 원망하고 우울해해 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때가 이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내공을 쌓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공자는 직접 자신의 미래에 대해 주역점을 쳐서 56괘 화산려괘를 얻습니다. 객관적 해석을 위해 풀이를 제자에게 맡겼지요. "덕을 갖추었으나 등용되지 못할 것"이라고 제자는 말했고, 점괘대로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천하를 유랑하는 나그네의 삶을 살았습니다. 공자에게 다른 사람이 뽑아 주었다고 알려진 괘는 22괘 산화비괘입니다. 큰 성취와 거리가 있는 괘로, 등용되기 위해 억지로 꾸미지 않았던 공자의 삶과 잘 어울립니다. 


이처럼 공자야말로 사람들로부터 넉넉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탁월한 제자들이 있었지요. 자신이 추구한 학문의 길과 그 길에서 얻은 깨달음, 그리고 그 깨달음을 전수 받는 제자들의 존재는 그의 삶에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눈칫밥을 먹어 본 사람은 얻어먹는 밥의 서러움을 잘 아는 법이지요. 실력이 있어도 세상에 나가지 못했던 사람에게는 날개를 펴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인재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실체적 체험을 통해 길러지는 정서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경험을 직접 몸으로 겪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학문과 마음 공부를 통해서 지식과 지혜를 길러야 하는 것이지요. 세상과 인간, 그리고 생명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의 가슴속 이야기가 들리고 그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인人과 민民을 구분하여 사용한 <<논어>>이므로 이 대목의 인人을 윗사람이나 귀족들로 보는 것은 적어도 저는 가질 수 없는 관점입니다. <<논어>> 텍스트의 의미를 오늘날의 일상에 유용하게 접목하려는 저의 시도와는 양립하기 어렵지요.    


명리학을 가르치며 운명경영의 관점에서 상담하는 입장에서 제가 사람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나'는 그들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지요. 더 아는 자로서 '나'는 '나' 자신을 이해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늘의 섭리를 깊이 알게 되면 타인의 운명과 인생에 대해 말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됩니다. 역지사지하여 타인의 처지에 설 때 실질적으로 힘이 되는 돌파구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지요. 


공자의 말은 현 대선 정국에도 그대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 보수 야당 후보는 '국민들이 자신을 몰라주는 것을 근심하고, 자신이 국민들을 알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는' 자임을 선명하게 보여 왔습니다. 그의 말은 그의 삶이 평범한 국민들의 삶과 얼마나 괴리된 것이었는지 명백히 드러냅니다. '나'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그 사랑은 위장된 것이지요.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가 국민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꾸미고 또 꾸몄어도 그의 입에서 본마음이 계속 새어 나오는 까닭입니다. 



https://youtu.be/braB61JhC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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