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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01.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1>-위정이덕爲政以德


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居其所 而衆星共之

자왈 위정이덕 비여북신거기소 이중성공지


-공자가 말했다. "덕으로 정치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북극성은 제자리에 있고 뭇 별들이 그것을 따르는 것과 같다."



비유법을 써서 덕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북신北辰'은 북극성입니다. 북극성은 천구天球의 북극 가까이 자리하고 그 위치가 거의 변하지 않아 예로부터 방향을 잡는 길잡이로 삼았습니다. 덕치의 리더십은 사람들을 감화시키기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된다는 얘기를, 공자는 하고 싶은 것이지요. 달리 말하면 '무위無爲의 리더십'이라고 할 만합니다. 공자의 눈에 북극성은 다른 별들과 함께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억지로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 자리에서 자기 자신으로 머물고 있을 뿐인데 북극성 주위로 늘 수많은 별이 모여 있는 모습은 혼란한 시대의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을 것입니다. 


공자가 생각하는 덕치는 한마디로 인간을 믿는 리더십입니다. 리더가 리더로서의 능력과 품격을 갖추고 있다면 사람들은 반드시 그를 알아보고 함께하고자 모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성찰의 리더십입니다. 민심의 획득 여부는 오직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자질과 역량 그 자체에 달려 있다는 것이지요.  


인간을 불신하고 누구든 자기보다 낮은 존재라고 여기는 자들일수록 법치를 선호합니다. 사람이란 엄히 다스려야 말을 듣고 일을 하게 된다는 인간관이지요. 법을 자신의 입맛대로 사유화했던 과거의 독재자들이나 그들의 충견이 되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의 검찰과 검찰 출신 정치인들이 한결같이 법치를 강조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어떤 짓을 해도 자신들은 법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지요. 


'무위'를 도가의 전유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순리대로 하는 것이 곧 무위이기에 덕치가 무위의 개념이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주역>> 2괘 중지곤괘 육오 효사(六五 黃裳 元吉 육오 황상 원길 / 황색 치마니 매우 길할 것이다)에 무위의 리더십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황색 치마는 임금의 덕이 넓게 퍼져나가는 모양에 대한 은유입니다. 수확을 앞둔 황금빛 가을 들녘처럼 리더의 덕이 사방에 넘실거리는 형국입니다. 이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농부의 얼굴에 가식없는 미소가 흐르고 있다면, 무위의 덕치가 미풍처럼 국민들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리더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국민이 마음속으로 리더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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