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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03.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2>-사무사思無邪


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曰 思無邪

자왈 시삼백 일언이폐지왈 사무사


-공자가 말했다.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생각에 거짓이 없다'는 것이다."



'시삼백'은 <<시경>>에 수록된 삼백 여편의 시를 말합니다. 제목만 있는 여섯 편을 제외하고 총 305편의 시가 전해지고 있지요. 


시에 대한 공자의 애정은 지극한 것이어서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있어서도 으뜸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본래 시란 인간의 사유와 정서의 정수를 창조적 언어를 통해 압축적, 함축적으로 재구성하는 문학이지요. 시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사물, 그리고 세상에 대해 기존에 축적된 고정관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식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공부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와 신선한 발상, 그리고 예리한 직관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요. 시에 대한 공부가 이런 능력을 키우는데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경의 시를 현대의 것과 동일한 개념으로 보면 안 됩니다. 시경의 시는 기본적으로 민초들이 가사에 곡을 붙여 부른 민요로 집단창작의 산물이지요. 신영복 선생님이 말한 대로 '사실성에 근거한 진실성과 진정성'에 시경에 담긴 시들의 가치가 있습니다. 공자의 표현대로 바로 '사무사思無邪'의 정신입니다.


邪는 간사함, 사악함, 요사스러움이니 사무사는 생각에 불순한 의도나 억지로 꾸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思는 마음(心) 밭(田)이니 이른바 시상詩想이 맑고 순수한 것이며, 사무사는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 내용에서 진실성과 진정성이 묻어난다는 것입니다. 


이 구절에서 우리는 연애편지를 쓰던 시절의 마음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옮겨 담을 때의 그 순수함을 기억하고 유지할 수 있다면 사익을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며 담백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무사가 축적되면 '생무사生無邪(인생에 거짓이 없다)'가 되겠지요. 


당당함과 뻔뻔함은 한 끗 차이입니다. 전자가 거짓을 용납하지 않고 진실을 대면하는 불편함까지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의 태도라면, 후자는 거짓에 대한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 자의 것입니다. 

          



해다

좋은 해가 떠올랐다.


모든 숨 쉬는 생명을

차별 없이 쓸어 위로하는

따스한 손길을 가진

새날에 걸맞은, 바로 그 해다.


온갖 애젖한 그리움을 잉태한

어제의 달빛은 사그라들고

오직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우리의 오늘에 용기를 돋우는

온기 그득한 첫날의 해가 끓어 올랐다. 


그늘에 서 본 자들이여.

이날의 햇살처럼 나날을 끌어안고 가자.

오늘의 하늘이 바로 그대의 것임을 늘 기억하라.

그대의 심장 안으로 파고드는 새날의 저 태양이

언제나 불덩이처럼 이글거리는,

뜨거운 사랑을 하자.


사랑을 시작하기 너무 예쁜 해가 아닌가.

사랑을 잊지 않게 참으로 눈부신 해가 아닌가.


-사랑, 새날 / 오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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