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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05. 2022

일상의 논어 <爲政위정3>-도지이덕道之以德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자왈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 도지이덕 제지이예 유치차격


-공자가 말했다. "법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풀려난 뒤 부끄러움이 없어지지만,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리면 부끄럽게 여길 뿐만 아니라 바르게 된다."


 

정政과 덕德의 도道, 형刑과 예禮의 제齊를 대비하여 설명하면서 덕과 예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정政은 오늘날의 국가 행정과 사법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지이정'은 국민을 따르게 하는 방법으로 행정과 사법 처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불법 유턴에 벌점 얼마, 범칙금 얼마로 규제하는 식이지요. 


'제지이형'은 저지른 죄에 대해서 법률에 따라 그에 합당한 벌을 내리는 법치주의를 뜻합니다.  


'도지이덕'은 법치주의의 상대적 개념으로서의 덕치주의를 의미합니다. 


예는 조문으로 규정된 법률 외의 사회적 규범 즉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정서적, 상식적으로 규정된 도덕적 행동 양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강제적 구속력은 없으나 어길 경우 소위 '무례한' 사람으로 지적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지요. 예를 들어, 영화가 상영 중인 극장에서 휴대폰을 열어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한다면 다른 관객들의 원성을 듣게 될 것이며 개념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제지이예'는 인위적으로 만든 법과 제도 보다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보편적 문화와 집단 지성의 자정 능력에 대해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免을 '형벌을 면하다, 형벌을 받지 않다'와 같이 해석하면 앞 구절과의 연결성이 어색합니다. 방면放免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법적 판단에 따라 처벌 받은 후 풀려나는 것이지요. 마치 죗값을 치렀으니 과거에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더 이상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사라지니 시간이 경과하면 이전의 심리 상태로 되돌아가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 '민면이무치'의 의미입니다. 사법적 단죄, 법치주의의 한계를 꼬집고 있는 것이지요. 


반대로 덕치주의는 개인에게 자아성찰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고쳐 나갈 수 있게 하여 다시는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유치차격'의 의미입니다.  


논어의 이 구절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분분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오랜 군주제의 역사를 갖고 있고 여전히 독재시대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국민이 많은 우리의 현실은 강한 리더, 강력한 통치 이데올로기를 보유한 리더에 대한 환상을 주기적으로 일으키지요. 하지만 삼권 분립을 감안하면 강한 리더에 대한 환상이야말로 환상입니다. 현대 국가에서 리더의 권한은 행정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입법과 사법 권력의 폐해가 훨씬 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법으로 보장된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여 사적 이익을 꾀하는 자들이 해당 영역에 수두룩하지요. 


법치주의를 부르짖으면서 뒤에서는 법을 함부로 어기는 자들 때문에 법치주의의 취지가 무색한 지경입니다. 정작 부끄러워하며 고개 숙여야 할 자들이 뻔뻔하게 목에 힘 주고 큰소리치며 살아가니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되고 맙니다. 법을 활용할 힘을 갖고 입맛에 맞게 법을 적용하여 국민들을 겁박하는 자들,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카르텔이 존재하는 한 법치주의는 위험한 이데올로기입니다. 보호 받기는커녕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도 법 앞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양산되는 한 법의 권위는 실추될 수밖에 없고, 결국 사회의 근간을 흔들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탈권위적이고 민주적인 리더 곧 덕치의 리더십을 가진 유능한 리더들은 칭찬 받아 마땅한 업적을 쌓고도 끊임없이 비난 받았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마음껏 공격해도 불이익 입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공격자들에게 선사해 준 주체가 바로 그 리더들이라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지요. 


언론이 아무리 썩었어도 국민의 보편적 상식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임기말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과 대선 후보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이를 잘 대변합니다. 허울 좋은 법치가 아니라 겉으로는 유약해 보이지만 민주적 원칙에 의거한 유능한 리더의 덕치를 결국 국민들이 알아주기 마련임을 알 수 있습니다. 덕과 예의 손을 들어준 공자의 생각과 우리의 그것이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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