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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10.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5>-무위無違


孟懿子問孝 子曰 無違 樊遲御 子告之曰 孟孫問孝於我 我對曰 無違 樊遲曰 何謂也 子曰 生事之以禮 死葬之以禮 祭之以禮

맹의자문효 자왈 무위 번지어 자고지왈 맹손문효어아 아대왈 무위 번지왈 하위야 자왈 생사지이예 사장지이예 제지이예


-맹의자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어기지 않는 것이오." 번지가 수레를 몰 때 공자가 그 일에 대해 말했다. "맹씨네 자손이 내게 효에 대해 묻길래 내가 '어기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하여 말했다." 번지가 말했다. "어떤 뜻으로 말씀하신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살아 계실 때는 예를 갖추어 섬기고, 돌아가신 후에는 예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 제사 지내라는 것이다."  



<위정편>에는 공자가 제자들에게 효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맹의자는 제자가 아닙니다. 공자에게 예를 배우라는 부친의 유언에 따라 공자를 찾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학이편>에서도 효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었지요. 여기에서 효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공자가 말한 그대로 '무위無違'의 개념을 살피는 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공자의 말은 한마디로 부모와 자식 간의 인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며 그것은 곧 예의 실천으로 지켜진다는 것입니다. 효의 방법론이 곧 예라는 인식이지요. 예란 인仁의 구체적 실천 행위이니 예를 따르는 어진 사람만이 효를 알고 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맹의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은 "너는 어진 사람인가?"라고 반문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지요. 아마도 맹의자의 질문 태도가 그리 예의 바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공자는 '내게 와서 효에 대해 한 수 배우겠다는 녀석이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을 보니 이미 글러 먹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보통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방식으로 '무위'라는 한마디를 던졌는데 맹의자가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맹의자는 공자의 대답을 퉁명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속으로 '나도 다 아는 내용이네. 별 것도 아니면서 개폼 잡기는...' 이러면서 물러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공자를 찾아왔으니 부친의 유언을 지킨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입니다.


공자가 번지에게 얘기하자 번지가 곧바로 질문을 날린 것과 크게 대비됩니다. 번지가 공자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장면은 논어 여러 곳에 등장합니다. 맹의자에게는 진정한 배움에 대한 열망이 없었던 것입니다. 공자라는 대가를 만나 질문할 기회를 잡았는데 저리 허무하게 끝내 버렸으니 말입니다. 공자가 번지에게 맹의자와의 일화를 꺼낸 것이나 공자의 제자들이 기록으로 남긴 것은 꽤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맹씨 자손들이 이 대목을 읽는다면 괜히 기분 나쁠 수도 있으니까요. 굳이 자기들 조상의 이름을 끌어들인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무례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사 모든 것이 이토록 상대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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