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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13.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7>-불경不敬


子游問孝 子曰 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자유문효 자왈 금지효자 시위능양 지어견마 개능유양 불경 하이별호


-자유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요즘의 효라는 것은 봉양을 잘하는가를 말한다. 개와 말에게도 지극하여 다 먹여 기르노니 공경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구별하겠느냐?" 



이번에는 자유라는 제자가 등장하였습니다. 자유도 논어 여러 대목에서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선진先進>편에 공자가 자신의 문하에 있었던 제자들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이 있는데 '文學 子游子夏 문학 자유자하 / 문장과 학문으로는 자유와 자하가 있었다'라고 하여 우리에게 자유에 대한 힌트를 제공합니다. 공자의 평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려는듯 논어 여러 군데에 자유의 말이 실려 있습니다. 


공자의 말은 시대를 넘어 요즘 세태에 대한 비판으로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견마를 견묘犬猫로 바꾸면 현 시대상을 정확히 반영하겠지요. 저도 리트리버의 집사로 살아온 지 11년이 지났으니 공자가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큼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늘 생각하고 염려하는가 누가 묻는다면 "그렇지 못하다"고 대답할 테니까요. 


그럼에도 현 시대는 옛날과 다릅니다. 부모와 자식이 집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는 오래 전에 저물었지요. '마음보다는 현찰'이 효도를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독거노인 가구에 대한 지원이 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나라 정부의 주요한 복지정책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치료법을 연구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젊은 아빠 늙은 아빠'라는 이름의 자기계발서가 출간될 지도 모를 일이지요. 인간 소외가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오래가는 젊음과 늘어나는 수명은 소수의 인간에게는 축복으로, 그 외 대다수의 인간에게는 재앙으로 가득한 세상을 선사할 것입니다. 설사 영원한 청춘의 얼굴로 살 수 없더라도 자신의 노후를 착하고 믿음직한 자식들에게 맡길 수 있다면 걱정할 것이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사는 동안 부모와 자식이 정답게 지내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재능과 적성을 살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자식은 부모의 바람대로 성취하여 부모의 헌신과 사랑에 공경하는 마음과 물질적 봉양으로 보답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효의 사각지대를 인정해야 합니다.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과 환경을 보장하는 사회, 선진국에 들어선 우리의 시선과 발길은 이제 지구상에 구현되어 있는 이상적인 나라들의 모습을 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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