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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13. 2022

일상의 논어 <팔일八佾2>-옹철雍徹


三家者以雍徹 子曰 相維辟公 天子穆穆 奚取於三家之堂

삼가자이옹철 자왈 상유벽공 천자목목 해취어삼가지당


-세 가문 사람들이 옹을 노래하며 제사를 마치자 공자가 말했다. "'제후들이 도우니 천자께서 기뻐하시다'를 어찌 세 집안의 사당에 쓰는 것인가?"



앞 대목과 일맥상통하는 구절입니다. 


삼환들이 제사 지내면서 <<시경>>의 <옹>을 읊자 공자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그 대목은 황제만 쓸 수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상유벽공 천자목목'이 포함되어 있는 대목을 '옹시雍詩'라고 부르는데, 주나라의 시조 무왕武王이 선친인 문왕文王의 제사를 지낼 때 부르는 악가입니다. 


공자의 분노가 큰 이유가 있습니다. 공자는 <<주역>>을 해설한 '십익十翼'을 저술했지요. 주역은 8괘를 만든 복희씨, 64괘에 괘사를 붙인 문왕, 384효에 효사를 붙인 주공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이 주역 일대기를 역사와 전설 사이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시키는 것이 우리의 바람직한 태도일 것입니다.


논어 <술이述而> 편에 ‘구의 오불부몽견주공 久矣 吾不復夢見周公'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공자는 자신의 쇠약함이 깊어진 것을 한탄하며 "오래되었구나, 내가 꿈에서 주공을 다시 뵙지 못한 지가"라고 탄식했습니다. 주공은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이지요. 무왕의 사후 그의 아들 성왕成王을 도와 주나라 황실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성왕이 장성한 후에는 스스로 황실을 떠나 노나라를 책봉 받았습니다. 곧 주공은 공자가 태어난 노나라의 시조인 것이지요.    


주역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주역에 대한 공자의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잘 알게 됩니다. 위편삼절韋編三絕의 고사나 십익의 저술에서 주역에 대한 그의 존경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논어 <술이> 편에도 주역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지요. 다음을 위해 여기에서는 그 대목을 아껴 두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공자의 특별한 분노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삼환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지요. 


역사에 대해 무지한 자들은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을 자기들이 잘나서 갖게 된 것으로 착각하고 사익을 위해서 쓰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위와 같은 오만방자한 짓들을 벌이게 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지요. 현대 한국 사회에서 국민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선택을 내리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지요. 그래서 그 선택은 순리를 거스른 것이 됩니다.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세력을 버리고, 사익을 위해 권력을 쓸 것이 분명한 세력을 취한 국민의 선택은 그로 인한 고통을 불러들이게 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공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피를 흘렸기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뿌리가 튼튼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깊게 뿌리박은 우리의 민주주의 나무는 넝쿨들의 공격에 일시적으로 쇠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고사되지 않습니다. 미래는 아직 쓰여지지 않은 과거의 역사이고, 과거의 역사는 미래에 쓰여질 역사를 보여 주는 거울입니다. 힘들 때는 거울을 보면 됩니다. 그러면 힘을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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