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Mar 17. 2022

일상의 논어 <팔일八佾5>-제하지망諸夏之亡

子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也

자왈 이적지유군 불여제하지망야


-공자가 말했다. "이적에게는 임금이 있으니 중원에 임금이 없어진 것과 같지 않다."



전혀 다른 두 해석이 공존하는 구절입니다. '오랑캐에게 군주가 있어도 중국에 군주가 없는 것만 못하다'와 같이 부정적인 것이 나머지 하나입니다. 이 관점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팔일>편의 맥락과도 맞지 않고 공자의 인식 수준에도 어울리지 않는 해석이기 때문입니다. 


이夷는 동이東夷이고 적狄은 북적北狄입니다. '동이서융東夷西戎 남만북적南蠻北狄'이라고 하여 고대 중국에서는 중원 너머의 사방에 있는 이민족을 저마다의 특징에 따라 구분하여 불렀습니다. 줄여서 '이만융적夷蠻戎狄'이라고도 합니다. 


중국인들이 자신들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이민족들도 왕권 국가를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비해 춘추시대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왕도가 무너진 현실을 바라보는 공자의 개탄을 우리는 느껴야 합니다. 수준 높은 예악이 있다고 한들 삼환이 노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실정이니, 너나 할 것 없이 제후라는 리더의 구심점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는 나라들로 가득한 중원의 한심한 모습에 공자는 한숨이 절로 나왔겠지요. 그런 현실을 개선하는데 쓰이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도 한탄스러웠을 것입니다. 


미래로 나아가기를 멈추고 과거로 퇴행하는 지금 우리의 현실도 통탄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팔일八佾4>-예지본禮之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