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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20. 2022

일상의 논어 <팔일八佾6>-여어태산旅於泰山


季氏旅於泰山 子謂冉有曰 女弗能救與 對曰 不能 子曰 嗚呼 曾謂泰山不如林放乎

이씨여어태산 자위염유왈 여불능구여 대왈 불능 자왈 오호 증위태산불여임방호


-계씨가 태산에서 제사를 지내자 공자가 염유에게 일러 말했다. "네가 막을 수 없었는가?" 염유가 대답했다. "없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아, 어찌 태산이 임방만 못하다고 하는 것이냐?"



여旅는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다'는 뜻의 동사로 쓰였습니다. 태산과 같은 명산에서 지내는 제사는 제후나 황제 만의 특권인데 삼환의 하나인 계씨 집안에서 다시 한 번 오만하게 예법을 어기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공자가 계씨 집안의 집사로 일하는 제자 염유에게 묻고 있습니다.


염유는 논어에 여러 번 등장하는 인물로 공자보다 스물 여덟 연하의 제자였습니다. 공자의 추천으로 계씨 집안의 가신이 되었으나 이후 공자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보다는 현실적 처세를 통해 권력의 향유를 추구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방은 <팔일> 4편에서 예의 근본에 대해 질문했던 제자이지요. 태산과 임방을 비교하여 한 공자의 말은 "태산으로 상징되는 나라의 법도가 임방이 물었던 예의 근본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인가?"라는 자조적인 한탄과도 같습니다. 


정작 본인은 쓴소리를 못하면서 애꿎은 제자만 탓하는 것으로 공자를 보면 안 될 것입니다. 이미 벌어진 과거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계씨가 태산에서 제사를 지내려 하자 공자가 염유에게 일러 말했다. "네가 막을 수 없겠는가?" 염유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아, 어찌 태산이 임방만 못하다고 하는 것이냐?"'와 같이 현재형으로 해석하는 것은 은근히 공자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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