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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22. 2022

일상의 논어 <팔일八佾7>-쟁爭


子曰 君子無所爭 必也射乎 揖讓而升 下而飮 其爭也君子

자왈 군자무소쟁 필야사호 읍양이승 하이음 기쟁야군자


-공자가 말했다. "군자에게는 다툴 일이 없지만 꼭 하나 있다면 활쏘기이다! 겸손하게 예를 표하며 자리에 올랐다가 내려와서는 술을 마시니 그런 경쟁이란 군자다운 것이다."



군자는 <<논어>>는 물론 <<주역>>에서도 소인小人과 대비되어 자주 쓰이는 단어입니다. 논어 <위령공>편의 '군자구저기 소인구저인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군자는 잘못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타인에게서 찾는다)'이나 주역 23괘 산지박괘山地剝卦의 상구 효사인 '상구 석과불식 군자득여 소인박려 上九 碩果不食 君子得輿 小人剝廬(큰 과실을 먹지 않으니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농막집마저 없앨 것이다)와 같이 말입니다. 


소인과 대비되어 쓰이고 영어로는 'the superior man'으로 번역되니 군자는 곧 대인大人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큰사람'이 되지요. 그릇이 크고 됨됨이가 훌륭한 사람들이 서로 다툴 일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토론이나 여론 수렴 등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합의에 이르는 성숙한 인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활쏘기를 예로 들어 군자도 놀 줄 알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사람임을 얘기합니다. 하지만 군자의 유희란 쾌락의 획득이 아니라 심신의 수양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임을 활쏘기 자체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점수를 매겨 실력을 겨루는 경쟁의 형식을 취하지만 순서대로 예의를 갖춰 활을 쏘고 결과에 따라 패자는 벌주를, 승자는 축하주를 마시며 우의를 돈독히 하니, 승패에 연연하여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다투는 소인들의 놀이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춘추시대에는 활쏘기가 군자가 갖춰야 할 필수 교양 중의 하나였다고 하지요. 오늘날에는 두루 모여서 활을 쏘지는 않습니다. 대신 다양한 실내외 스포츠를 즐기지요. 어떤 운동 경기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승자를 정하는 형식이어야 동기부여가 됩니다. 함께 겨루는 과정을 통해 신체를 건강하게 단련하고 정신을 건전하게 가꿔 갈 때 우리는 큰사람을 향해 조금씩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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