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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27. 2022

일상의 논어 <팔일八佾9>-징徵


子曰 夏禮吾能言之 杞不足徵也 殷禮吾能言之 宋不足徵也 文獻不足故也 足則吾能徵之矣

자왈 하례오능언지 기부족징야 은례오능언지 송부족징야 문헌부족고야 족즉오능징지의


-공자가 말했다. "하나라의 예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있지만 기나라의 것은 밝히기 부족하고, 은나라의 예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있지만 송나라의 것은 밝히기 부족하다. 문헌이 부족한 까닭이니, 문헌만 충분하다면 내가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기나라와 송나라는 주나라의 제후국으로 힘이 매우 약했습니다. 여력이 부족해서인지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아 공자가 참고할 만한 사료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일찍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기 때문인지 두 나라에 관해서는 기우杞憂, 송양지인宋襄之仁과 같은 부정적인 뜻의 고사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기록 없이는 고증할 수 없지요. 역사적 기록은 타산지석과 반면교사의 재료입니다. 과거에서 발굴한 교훈 없이 현재의 사회와 국가는 바르게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왕실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의 기록으로 남기는 데 집요했던 우리 선조들의 기록 정신과 그것의 유지를 가능하게 했던 정치적 합의는 지난했던 세월 속에서도 우리 민족을 매번 다시 일어나게 했던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기록의 왜곡이라는 반동의 폐해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세계 선도 국가로의 도약 앞에서 번번히 좌절을 겪고 있습니다. 여전히 식민사관에 사로잡힌 채 어떻게 해서든 우리의 고대사를 축소시키며 자긍심 대신 자괴감을 심기 위해 애쓰는 사학계나 기사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저질의 레토릭을 날마다 쏟아내는 언론계가 그 반동의 대표적인 세력이지요. 의도가 개입된 역사 연구와 주장은 결국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역사에서 버림 받기 마련이듯, 언론의 한심한 작태는 스스로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고 머지 않아 국민으로부터 버림 받게 될 것입니다. 


자멸 행위인 줄도 모르고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짓거리를 저지르는 자들이 아무도 읽지 않고 듣지 않는 헛소리의 무덤 속에 파묻히는 날, 이 땅엔 다시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 정의의 강물이 노도처럼 넘실거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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