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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pr 20. 2022

일상의 논어 <팔일八佾21>-기왕불구旣往不咎


哀公問社於宰我 宰我對曰 夏后氏以松 殷人以栢 周人以栗 曰 使民戰栗 子聞之曰 成事不說 遂事不諫 旣往不咎

애공문사어재아 재아대왈 하후씨이송 은인이백 주인이율 왈 사민전율 자문지왈 성사불설 수사불간 기왕불구


-애공이 재아에게 사에 대해 묻자 재아가 답하였다. "하나라 왕조는 소나무로 지었고, 은나라 사람들은 잣나무로 지었으며, 주나라 사람들은 밤나무로 지었습니다." 이어 말했다. "백성들로 하여금 두려워 떨게 만들려는 것이지요." 공자가 이를 듣고 말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말할 수 없구나. 끝난 일이니 돌이킬 수 없구나.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노나라의 마지막 왕 애공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재아는 <선진先進> 편에 언급된 대로 언변이 좋았던 제자입니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논어의 다른 대목들에서 선명히 드러나듯 그리 지혜로운 자는 아니었습니다.


사社는 사단社壇으로 보면 됩니다. 임금이 토신土神인 사社와 곡신穀神인 직稷에게 제사 지내던 제단을 사직社稷壇이라고 부르니 사社는 사단이 되는 것이지요. 애공의 질문에 대해 잘난 체하기를 좋아하는 재아가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고 맙니다. 주나라의 사단을 밤나무로 만든 이유가 백성들을 전율하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말입니다. 율栗을 율慄로 사용하여 '전율戰慄'이라고 언어유희를 한 것이지요. 


이 얘기를 전해 들은 공자의 탄식이 깊습니다. 어리석은 제자의 사례를 통해 입이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임을 다시금 느꼈겠지요.


아무리 재아의 말이 한심해도 검찰 정상화 법안 처리를 두고 "입법 쿠데타"라거나 "차라리 국회의 입법권을 완전 박탈시키라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라는 등의 헛소리를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이 나라 수구 세력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요. 불의를 정의로 포장하고 불공정을 공정으로 둔갑시키며 국민을 희롱하는 그들의 입이 재앙을 초래할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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