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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03. 2022

일상의 논어 <팔일八佾24>-목탁木鐸


儀封人請見 曰 君子之至於斯也 吾未嘗不得見也 從者見之 出曰 二三子何患於喪乎 天下之無道也久矣 天將以夫子爲木鐸

의봉인청견 왈 군자지지어사야 오미상부득견야 종자견지 출왈 이삼자하환어상호 천하지무도야구의 천장이부자위목탁


-의 지방의 봉인이 뵙기를 청하며 말했다. "군자들이 이곳에 오실 때면 제가 만나 뵙지 못한 적이 없었습니다." 제자들이 만나게 해주었더니 나와서 말했다. "제자 분들은 어찌 스승의 벼슬 없음을 근심하십니까? 천하의 무도함이 오래되었습니다. 하늘이 장차 선생님을 목탁으로 삼으실 것입니다."



'의儀'는 위나라(衛)의 지명이고 '봉인'은 국경을 방비하는 관리를 말합니다. 이 사람이 근무하는 관문으로 당대의 현인들이 많이 지나다닌 모양입니다. 공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봉인의 말에 자신감이 넘칩니다. '그 동안 이름깨나 난 사람들이 이곳을 두루 통과했는데 내가 다 만나 봤다. 공자도 좀 만나서 얘기를 나눠 봐야겠다'는 것이지요. 


국경인 만큼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관리의 만남 요청을 거절하면 혹시나 트집을 잡아 통과하지 못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그렇게 좀스러운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공자를 만난 봉인은 공자의 내공을 알아봤지요. 그는 천하에 도가 없어진 지 오래된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군자들과의 면담 경험이 있었던 그에게 있어서도 공자는 단연 특별한 인상을 주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목탁'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바른 정치가 사라진 혼란한 시대에 한 나라 벼슬자리 하나 꿰차고 앉아 하는 일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의 스승이 될 만한 그릇임을 파악한 것이지요. 


큰 사람이 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큰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자격 없는 사람을 리더로 뽑아 놓으니 나랏일 하겠다고 기어 나오는 사람들의 수준도 하나같이 정상과 거리가 멀지요. 국민의 눈이 흐리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들이 할 일은 뻔합니다. 국민의 행복 증진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익 증대인 것이지요. 공자를 단박에 알아본 봉인의 안목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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