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貧與賤 是人之所惡也 不以其道得之 不去也 君子去仁 惡乎成名 君子無終食之間違仁 造次必於是 顚沛必於是
자왈 부여귀 시인지소욕야 불이기도득지 불처야 빈여천 시인지소오야 불이기도득지 불거야 군자거인 오호성명 군자무종식지문위인 조차필어시 전패필어시
-공자가 말했다. "부귀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도리에 맞게 얻은 것이 아니라면 누리지 말아야 한다. 빈천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이치에 맞게 그리 되지 않았어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군자가 인을 버리고 어찌 이름을 떨치겠는가? 군자는 밥을 먹는 짧은 시간에도 인을 어기지 말아야 하고, 아무리 급한 때라도 반드시 인을 따라야 하며, 엎어지고 자빠져도 반드시 인을 추구해야 한다."
부귀와 빈천을 대비하면서 공통적으로 '불이기도득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부득지不得之(그것을 얻지 않다)' 사이에 '이기도以其道(그 도로써)'가 끼인 구조이지요. 공자는 정당하게 획득하지 않은 부귀는 향유하지 말 것을, 비록 부당하게 빈천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현실을 당당히 응시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말을 들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기에 우리는 후자에 주목해야 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경우가 잦지요. 그것을 사회나 남의 탓으로 돌리기 쉽습니다. 공자는 그러지 말라는 것입니다. 현실을 회피하지 않을 때 돌파의 실마리가 찾아지는 법이며, 더 근본적으로는 군자란 물질의 부족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어지는 공자의 말에서 우리는 부귀빈천과 같은 사회적 척도에서 벗어나 고매한 수준의 정신과 인격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군자라는 공자의 인간상과 만나게 됩니다. 저렇게 살기는 참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군자들을 존경하며 본받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빈천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도리에 어긋나는 수단과 방법으로라도 부귀해지라고 충동하는 사회 기저에 감춰진 의도는 명확합니다. 국민이 모두 빈천해져서 하루하루 먹고 사는 데 온 시간을 쓰느라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이지요.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진 자들은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내린 노선路線이라는 이름의 업무 지침(1. 야간의 주간화, 2. 휴일의 평일화, 3.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이 생생하게 부활하는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