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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18. 2022

일상의 논어 <이인里仁6>-아미견我未見


子曰 我未見好仁者 惡不仁者 好仁者 無以尙之 惡不仁者 其爲仁矣 不使不仁者加乎其身 有能一日用其力於仁矣乎 我未見力不足者 蓋有之矣 我未之見也

자왈 아미견호인자 오불인자 호인자 무이상지 오불인자 기위인의 불사불인자가호기신 유능일일용기력어인의호 아미견역부족자 개유지의 아미지견야


-공자가 말했다. "나는 인을 좋아하는 사람과 불인을 미워하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인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불인을 미워하는 사람도 인을 행할 때 불인한 자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게 하지 않는다. 하루라도 인에 힘쓸 수 있는가? 나는 힘이 부족한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아마도 그런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사회가 혼란하면 공동체를 지탱하던 가치관이 무너지지요. 자신의 생존을 우선시하게 되니 타인을 돌아볼 여유와 도의를 지킬 이유를 잃게 됩니다. 사회의 혼란은 인간 정신의 혼탁을 야기시키는 것이지요.    


공자가 목도하는 사회 현실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인한 사람도 없고 불인에 분노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절망스러운 상황이지요. 이어지는 공자의 말은 인을 좋아하는 사람과 불인을 미워하는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인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취지입니다. 아무리 막돼먹은 불인한 자들이 판치는 썩은 세상이라도 인을 포기하지 않는 '호인자'와 '오불인자'는 그들과 같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저 놈들은 뻔뻔하게 다 해 처먹는데 나 혼자 고고하게 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나?", "식구들을 굶길 수는 없는 것 아닌가?"와 같은 자기 합리화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자의 눈에는 시대와 환경을 핑계 대지 않고 인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역부족자'는 힘,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의 뜻이지요. 공자의 인식은 인을 행하는 데에는 엄청난 능력 따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인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불인한 자들이 권력을 잡고 온갖 불인한 짓들을 기획하고 있는 요즘, 그래도 이 나라에는 여전히 호인자와 오불인자들이 있습니다. 어떤 억압에도 주눅들지 않고 불인자들에게 불인하다고 일갈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을 우리가 있어 그들의 기획은 좌절될 것이며 희망은 다시 경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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