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不患無位 患所以立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자왈 불환무위 환소이립 불환막기지 구위가지야
-공자가 말했다. "지위가 없다고 우울해하지 말고 자리에 오를 만한 실력을 갖추는데 신경 쓰라.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알려질 만하게 되기를 추구하라."
근심하다, 걱정하다의 개념인 '환患'을 맥락에 맞게 위와 같이 의역했습니다.
'위位'는 벼슬이니 요즘 말로는 위치, 지위가 됩니다. '소이所以'는 까닭, 조건의 뜻이니 '소이립所以立'은 '설 수 있는 조건' 정도의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자리에 오를 만한 실력'으로 풀이하면 적당하지요. 남 보기에 그럴싸한 사회적 타이틀을 가졌다고 우쭐거리거나 그렇지 못하다고 의기소침하는 것은 모두 정신적 미성숙의 증거일 뿐입니다.
사회적 호명呼名을 곧 자기 자신의 위상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영혼이 부실하면 은퇴 등으로 사회적 지위를 잃었을 때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쉽습니다. 스펙을 실력이라고 혼동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고위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신분 세습에 유리하도록 편법적으로 자녀들의 스펙 관리에 임하는 모습은 부끄러운 시대의 자화상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리더로 군림하는 미래의 나라가 정의롭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어지는 구절은 <학이> 편 1장의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와 그때 소개했던 <<주역>>의 표현(密雲不雨 自我西郊 자아서교 밀운불우 / 구름이 빽빽한데 비가 오지 않는 것은 내가 서쪽에 있기 때문이다)과 일맥상통합니다. 될 듯 될 듯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지요. 아직 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명세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용을 씁니다.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브랜딩의 허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지 않은 채 서둘러 세상에 나가 봐야 밑천이 금방 드러나고 맙니다. 실력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아직은 부족한 것이 있어 더 갈고 닦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뭄에 바짝 말랐던 풀들이 시원한 빗줄기에 금새 생기를 찾고 쑤욱 자라 오르듯이, 묵묵하게 실력을 닦았던 사람이 때를 만나면 무섭게 대발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