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Jun 10. 2022

일상의 논어 <이인里仁22>-불체不逮


子曰 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자왈 고자언지불출 치궁지불체야


-공자가 말했다. "옛사람들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은 실천이 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出의 뉘앙스를 충분히 살리려면 '언지불출'은 '말을 하지 않다' 보다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다'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은 몸소 행하는 것이니 곧 실천이요 체는 '붙잡다, 미치다, 이르다'의 뜻이니 '불체' 다음에 언이 생략되어 있는 것입니다.   


공자가 옛사람을 언급했을 때 장삼이사들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겠지요. 당연히 가르치는 사람들과 다스리는 사람들을 지칭한 것입니다. 선생과 정치인은 학생과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고 말을 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를 가진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말이 신뢰를 잃는 순간 교육과 국정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말들이 누적되어 임계점을 넘을 때가 바로 그 순간이지요. 학생과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시점입니다. 


선생과 정치인은 말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교육과 정치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말의 힘은 그들이 가진 권력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그들의 말에는 품격이 있어야 하고 배워서 따르고 싶은 깊은 혜안이 담겨야 합니다. 아무나 선생과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지요. 


국민과의 약속을 아무렇게나 어기는 리더,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를 얘기하면서 자기 자신의 흠은 논외로 하는 리더, 시대의 흐름과 국제 정세에 까막눈이면서 온갖 구시대의 가치들을 끌어와 선지자인 것처럼 호통치는 리더, 산적한 난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정책들은 기가 막히게 추진하는 리더, 그런 리더의 권력에서 나오는 말의 힘이 권위를 잃는 순간 그 힘은 방향을 바꾸어 그의 권력을 베는 칼이 됩니다. 


능소능대하고 전지전능한 인간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신이지요. 검사들은 신이 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이 된 인간은 역사에 존재하지 않지요. 오늘날 신정 국가와 왕정 국가는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현대 관점에서 국가란 곧 국민입니다. 이 대전제를 인정하지 않는 권력 집단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권력자들이 포기한 나라를 매번 국민이 끝까지 싸워 되살린 자랑스러운 역사, 그 속에서 형성된 피끓는 유전자의 힘은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나 기어코 공허한 권력자들의 말의 힘을 깨부쉈습니다.     


갑진년, 글로벌 경제 추락의 여파가 가장 강력하게 밀어닥친 국내 상황에서 위정자들의 무능과 부정부패로 인내심이 고갈된 국민은 신금辛金 정관을 입묘시킵니다. 을사, 병오, 정미의 화려한 기운은 국민의 것이자 국민이 회복한 국가의 것이 될 것입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기 어렵고 위정자들의 각성은 쉬이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지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경의로 25-37 동문굿모닝힐II)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이인里仁21>-희구喜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