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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12. 2022

일상의 논어 <이인里仁24>-눌언민행訥言敏行


子曰 君子欲訥於言 而敏於行

자왈 군자욕눌어언 이민어행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말에는 더듬거리고 행동에는 민첩하고자 한다."



이 구절은 <학이> 편 14장(子曰 君子 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자왈 군자 식무구포 거무구안 민어사이신어언 취유도이정언 가위호학야이 / 공자가 말했다. "군자가 먹음에 배부름을 바라지 않고 거함에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공부에 힘쓰고 말은 삼가며, 도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 바로잡으면 배움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의 '민어사이신어언'과 <이인> 편 22장(子曰 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자왈 고자언지불출 치궁지불체야 / 공자가 말했다. "옛사람들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은 실천이 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이다")의 내용과 일맥상통합니다. 말보다는 실천을 중요시한 공자의 철학이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지요.   


아무리 옳은 말도 듣고 또 들으면 듣기 싫어지는 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논어의 편집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지요. 말에 그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상식입니다. "살을 빼겠다"고 선언할 것이 아니라 곧바로 운동을 시작하여 지속하고 식단을 관리해야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 즐거움(락樂)을 억지로 절제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몸의 미美와 튼튼해지는 몸의 건健에서 느끼게 되는 새로운 차원의 기분 좋음(쾌快)을 자연스레 만날 때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주역>>에서는 이를 '감절甘節'이라고 했습니다. 절제를 달게 여기는 것이요 절제하는 생활을 기분 좋게 수용하는 것입니다. 이의 반대 개념이 '고절甘節'입니다. 말 그대로 쓴 절제입니다. 억지로 절제하는 것이요 그로 인해 고통이 수반되는 것입니다. 언행일치를 생활화하는 우리의 방식은 '감절'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단순히 말수를 줄이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퇴進退'의 타이밍을 알고 따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훨씬 더 고차원의 실천입니다. 주역에서 거듭하여 강조하는 바입니다. 대신 주역의 역설力說은 지겹지 않습니다. 사유력을 증진시키는 고난도의 스토리텔링 방식의 서술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경의로 25-37 동문굿모닝힐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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