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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15.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1>-누설지중縲絏之中


子謂公冶長 可妻也 雖在縲絏之中 非其罪也 以其子妻之

子謂南容 邦有道 不廢 邦無道 免於刑戮 以其兄之子妻之

자위공야장 가처야 수재누설지중 비기죄야 이기자처지

자위남용 방유도불폐 방무도면어형륙 이기형지자처지


-공자가 공야장에 대해 평하기를 "시집 보낼 만하다. 비록 포승줄에 묶인 바 있으나 그의 죄가 아니었다." 하며 자식을 그에게 시집 보냈다. 공자가 남용에 대해 평하기를 "나라에 도가 있다면 버림 받지 않을 것이요 나라에 도가 없을지라도 형벌은 면할 것이다." 하며 형의 자식을 그에게 시집 보냈다. 



논어 제 5편인 <공야장>은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에 대해 평한 이런저런 말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첫 장은 공자가 공야장과 남용의 사람됨을 알아 각각 사위와 조카사위로 삼은 내용이지요. 사람의 진가를 아는 것의 중요성을 넌지시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에게 다수의 전과가 있다고 해도 민주화 운동과 시민 운동의 과정에서 누적된 것이라면 그것은 사기, 뇌물수수 등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비난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어야 마땅하지요. 공자가 공야장의 됨됨이를 살피는데 있어 평가 기준으로 삼은 잣대가 이와 같습니다. 


縲는 포승이요 설絏은 매다, 묶다의 뜻으로 '누설지중'은 포승줄에 묶인 상태를 뜻하는 사자성어로 굳어졌습니다. 공야장이 죄인으로 몰린 상황이 있었던 것이지요. 


戮은 흔히 살육殺戮이나 도륙屠戮과 같은 단어에 쓰이는 글자입니다. 형륙刑戮의 사전적 의미는 죄인을 형벌에 따라 죽이는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그냥 형벌의 의미로 풀이했습니다. 공자는 남용의 능력을 높이 샀음에 틀림없습니다. 실력이 출중하니 정상적인 사회라면 반드시 쓰일 것이고,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정도의 품성을 갖췄기에 무도한 시절이라도 해를 당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은 극찬에 가깝습니다. 사람됨을 꿰뚫어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지요. 


국민이 의인과 불의한 자를 구별하지 못하여 도래한 '방무도'의 시대답게 상상 초월의 일들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가 올바르게 기능하지 않으면 사회 전반의 갈등은 증폭되고 나라의 역량은 흩어지며 위기는 관리되지 못한 채 재앙으로 자라고 말지요. 리더의 선출 기준을 사람됨이 아니라 자기 욕망에 맞출 때 공동체의 불행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예견된 일들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슬프기는 하지만 놀랍지는 않습니다. 콩을 심었는데 어찌 팥이 나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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