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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16.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2>-무군자자無君子者


子謂子賤 君子哉若人 魯無君子者 斯焉取斯

자위자천 군자재약인 노무군자자 사언취사


-공자가 자천에 대해 평했다. "군자로다 이런 사람은! 노나라에 군자들이 없었다면 이 사람이 어찌 이런 덕을 갖게 되었겠는가?"  



1장에 등장했던 공야장과 남용, 그리고 위의 자천은 모두 공자의 제자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자들이 아니어도 내용에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 자체가 아니라 이 형식을 빌려 공자가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는 그 점만 읽어 주면 됩니다.  


이 구절에서 공자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자천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많은 군자들을 보유한 노나라의 환경과 풍토가 인재들이 자랄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준 덕분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곧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신이야말로 자천을 성장시킨 스승이기 때문이지요.  


인간에게 가정 환경은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동일한 재능을 타고 났다고 해도 좋은 환경 하에서 넉넉한 지원을 받으며 자란 사람이 그 재능을 꽃 피울 가능성이 크기 마련입니다. 예술가 집안에서 예술가가 나올 확률이 높고, 법률가 집안에서 법률가가 나올 확률이 높으며, 학자 집안에서 학자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이른바 성취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유복한 여건의 가문과 가정을 임의의 선택해서 이 세계에 올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 불평등의 기원'은 인간으로서는 실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선천적 운명에 있는 셈입니다. 


인간에게 내재된 불평등 요소를 제거하고 타고난 환경과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기회의 평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때 공동체는 존재 이유를 갖습니다. 하지만 말이야 쉽지 그것의 구현은 매우 관념적이기에 현실적으로 실체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 교육의 평등입니다. <<주역>>에서 교육에 대해 얘기한 4괘 산수몽괘山水蒙卦 괘사에 대한 해설인 <단전>에서 공자는 '몽이양정 성공야 蒙以養正 聖功也'라고 하여 바름을 기르는 교육은 몽매한 사람도 성인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육은 신분 세습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지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전인적 소양을 갖춘 민주 시민의 양성이 아니라 산업계에 공급할 인적 자원 육성 수단으로 참신하게 규정되는 동안, 온갖 편법으로 부와 권력을 꿰찬 자들은 갖은 편법을 동원하여 자녀들의 해외 명문대 진학을 뻔뻔하게 기획, 실행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핵심 요소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더러운 풍토에서는 군자는커녕 야비한 소인들만 쏟아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소인들이 득세하는 시대는 그 자체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시절이 아닙니다. <<주역>> 12괘 천지비괘天地否卦 괘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大往小來 비지비인 불리군자정 대왕소래 /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때가 아니다. 군자가 바르게 해도 이롭지 않다. 큰 것은 가고 작은 것이 올 것이다.' 다시 혁명의 기운이 대지에서 피어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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