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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0.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5>-미능신未能信


子使漆彫開仕 對曰 吾斯之未能信 子說

자사칠조개사 대왈 오사지미능신 자열


-공자가 칠조개에게 벼슬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자 칠조개가 말했다. "저는 이에 대해 아직 충분히 자신하지 못합니다." 공자가 기뻐했다. 



공자의 눈에 칠조개는 능히 공직에 나가 백성과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제자로 보였나 봅니다. 칠은 옻칠하는 것이요 조는 새기는 것이니 칠조개의 직업을 유추할 수 있지요. 당대의 기준으로 그는 명문가 출신이 아니지만 사람의 신분을 가리지 않고 인仁을 기준으로 삼았던 공자에게 칠조개는 정직하고 봉사 정신이 투철하며 사리사욕이 없는 천상 공직자의 모습이었나 봅니다.


칠조개는 겸양의 미덕까지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제자를 보는 스승의 마음이 흐뭇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능能은 '능히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표현에 쓰이는 글자이니 부정문인 위 구절에서는 '충분히'의 뉘앙스를 반영하여 풀이해야 합니다. 


겸손함에 대해 얘기하는 <<주역>> 15괘 지산겸괘地山謙卦는 산이 땅 속에 들어가 있는 상입니다. 산과 같이 큰 인물이 자신을 뽐내는 대신 낮은 곳으로 내려와 몸을 더욱 낮추며 살아가는 모습이지요. 그리하여 괘사에서 '謙 亨 君子有終 겸 형 군자유종 / 형통하다. 군자라면 유종의 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항상 인생을 길고 멀리 내다보면서 무리하지 않고 정도를 걷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끝의 아름다움입니다. 국민과 나라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권력의 단물을 빨아먹기 위해 앞다투어 모여드는 천박한 자들에게는 절대로 찾아올 수 없는 그윽한 향기를 머금은 참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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