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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1.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6>-무소취재無所取材


子曰 道不行 乘桴浮于海 從我者其由與 子路聞之喜 子曰 由也好勇過我 無所取材

자왈 도불행 승부부어해 종아자기유여 자로문지희 자왈 유야호용과아 무소취재


-공자가 말했다. "도가 행해지지 않아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다닌다면 나를 따를 자는 유일 것이다." 자로가 이 말을 듣고 기뻐하자 공자가 말했다. "유가 용을 좋아하는 정도는 나를 넘지만 재주는 취할 바가 없지."   



<위정> 편에서 우리는 자로에 대해 알아본 바 있습니다. 안회가 인仁, 자공이 지智라면 자로는 용勇이라고 했지요. 거칠고 단순한 면이 있어 공자로부터 자주 책망을 받았지만 효심이 깊고 의리가 있어 공자가 사랑했던 제자라고 했습니다. 공자가 다른 제자들보다 자로를 스스럼없이 대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다닌다는 것은 정처없이 세상을 떠도는 것에 대한 은유이지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일엽편주는 그 자체로 고독의 상징입니다. 목적지가 없으니 방향을 가늠할 필요도 없이 발길 닫는 대로 이리저리 옮겨다닐 뿐인 나그네의 삶입니다. <<주역>> 56괘 화산려괘火山旅卦는 바로 이 나그네의 삶에 대해 얘기합니다. 공자가 직접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점을 쳐서 얻은 괘로 객관적 해석을 위해 풀이를 제자에게 맡겼다는 괘로 알려져 있습니다. "덕을 갖추었으나 등용되지 못할 것"이라고 제자는 말했고, 점괘대로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천하를 유랑하는 나그네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 사실과 자로에 대한 공자의 애정을 감안한다면 윗 구절을 용맹하기는 하나 지혜가 부족한 자로에 대한 야박한 평가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 


돈벌이를 하지 못하는 스승과 함께하면 궁색한 처지에 놓이기 쉽지요. 공자는 세상에 자신의 뜻을 펼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들 먹고는 살아야 하니 제자들이 언제까지 유랑객인 자신 곁에 머물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현실적 욕망이 있는 법, 제자들에게 자신의 길을 강요해서는 진정한 스승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공자의 말은 다음과 같은 뉘앙스로 읽어야 합니다. "자로 이 녀석 용기 있는 건 알아줘야 해. 하지만 똘똘함이 모자라니 어이할꼬?" 이것은 사리 분별이 미숙한 자로에 대한 폄하가 아닙니다. 오히려 칭찬과 고마움의 표현입니다. 총명한 제자들은 각자 꿈을 위해 공자 자신을 떠날지라도 자로 만은 자기 곁에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지요. 자로의 우직함, 의리에 대한 인정입니다. 스승의 말을 듣자 마자 계산 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자로에게서 그의 순수함이 고스란히 배어납니다.      


세상에는 머리 똑똑한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들은 사리에 밝고 계산이 정확하지요. 그래서 냉철한 두뇌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요리조리 잘 찾아내 걸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가슴의 온도까지 차갑게 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일은 냉심冷心으로 사랑은 열심熱으로, 이것이 가능할 때 참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자에게 다른 사람이 뽑아 주었다고 알려진 괘는 22괘 산화비괘山火賁卦입니다. 큰 성취와는 거리가 있는 괘입니다. 등용되기 위해 억지로 꾸미지 않았던 공자의 삶과 잘 어울립니다. 공자 역시 화려함과 거리가 먼 자로의 담백함을 사랑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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