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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2.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7>-부지기인不知其仁


孟武伯問 子路仁乎 子曰 不知也 又問 子曰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求也何如 子曰 求也 千室之邑 百乘之家 可使爲之宰也 不知其仁也 赤也何如 子曰 赤也 束帶立於朝 可使與賓客言也 不知其仁也

맹무백문 자로인호 자왈 부지야 우문 자왈 유야 천승지국 가사치기부야 부지기인야 구야하여 자왈 구야 천실지읍 백승지가 가사위지재야 부지기인야 적야하여 자왈 적야 속대입어조 가사여빈객언야 부지기인야


-맹무백이 물었다. "자로는 인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알지 못하오." 다시 묻자 공자가 말했다. "유는 천승지국에서 군대를 다스리게 할 만하지만 그가 인한 지는 알지 못하오." "구는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구는 큰 고을의 백승지가에서 가신이 되게 할 만하지만 그가 인한 지는 알지 못하오." "적은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적은 의관을 갖추고 조정에 나아가 빈객들과 더불어 담론을 나누게 할 만하지만 그가 인한 지는 알지 못하오."      



<위정> 편 6장에서 공자에게 효에 대해 물었던 맹무백이 이번에는 공자의 제자들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재를 스카우트하려는 차원이겠지요. 


자로는 용勇하지만 인仁하지는 않은 인물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로의 용에 대해 공자는 큰 제후국의 군사령관 그릇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천승지국'의 뜻은 <학이> 편 5장에서 익힌바 있지요. 


는 염유입니다. <팔일> 편 6장에서 설명했던 인물이지요. 현실적 처세를 통해 권력의 향유를 추구했습니다. '천실지읍'은 집이 천 개나 되는 고을이니 사람이 많이 사는 마을입니다. '백승지가'는 국가 유사시에 백 대의 수레를 동원할 수 있는 경대부의 집안이지요.    


나중에 등장하게 될 공서화公西華입니다. 자로와 염유, 공서화가 공동 출연하는 대목은 위 구절 외에 두 곳이 더 있습니다. 해당 내용을 참고하면 공자가 공서화의 자질을 높이 평가했음을 알 수 있지요. 


큰 나라의 장군이 될 정도로 용맹하고, 영향력이 막강한 명문가의 가신이 될 정도로 유능하며, 주변국에서 조정을 방문한 사신들을 응대하는 외교관 역할을 수행할 정도로 해박하고 사려 깊다고 해도 그것이 곧 인의 증거는 되지 않는다고 공자는 말합니다. 공자가 보기에 이것은 다 그릇(器)의 속성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인은 군자의 것이고 군자란 그릇이 아닌(不器) 존재이지요. 공자에게는 안회와 같은 인물 만이 인을 갖춘 진정한 군자였던 셈입니다.   


현대적으로 보면 특정 분야의 전문성만 갖춘 사람은 결코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경험, 하나의 정신, 하나의 문화를 공유한 검사들의 인식 역시 하나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는 거대한 경제 위기의 쓰나미 앞에서 국정은 사실상 마비 상태입니다. 위기 해결과는 아무 상관없는 정책들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머지 않아 미증유의 경제 붕괴를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정의 가치가 무너진 주식시장에 기꺼이 장기 투자할 외국인은 없습니다. 투기적 단기 투자에 열을 올리기 마련입니다. 시장의 성격이 그리 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는 국내 경제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팬데믹 위기 극복을 폄훼했던 자들이 경제 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인한 지도자, 불기不器의 리더를 버리고, 불인한 그릇을 선택한 대가는 이 시대의 머리 위로 우박처럼 쏟아져 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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