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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3.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8>-문일지십聞一知十


子謂子貢曰 女與回也孰愈 對曰 賜也何敢望回 回也聞一以知十 賜也聞一以知二 子曰 弗如也 吾與女弗如也

자위자공왈 여여회야숙유 대왈 사야하감망회 회야 문일이지십 사야 문일이지이 자왈 불여야 오여녀불여야


-공자가 자공에게 말했다. "너와 회 중에 누가 나으냐?" 자공이 답했다. "제가 어찌 감히 회와 견주기를 바라겠습니까? 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지만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같지 않지. 나와 너는 회와 같지 않다." 



자공은 <학이> 편 15장에서 공자가 더불어 시를 논할 수 있겠다고 감탄했던 제자이지요. 언변이 뛰어나고 정치적 식견도 탁월하여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냈고 돈도 많이 벌어 공자를 경제적으로 후원했습니다. 지智는 자공이라고 공자가 평가했으니 총명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였을 것입니다. 


그런 자공을 불러 공자가 묻습니다. 자공의 입장에서는 살짝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질문을 말입니다. 자공은 망설임 없이 대답합니다. "안회는 '문일지십'이나 저는 '문일지이'에 불과합니다." 10과 2는 단순히 앎의 갯수가 아니지요. 9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의 수입니다. 따라서 10은 신의 영역, 신에 준하는 깨달은 자의 영역이지요. 곧 진리를 상징합니다. 자공의 말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면 그것을 토대로 자기 만의 사유를 더하는 것이 자기의 수준이라면 안회는 곧장 진리로 육박해 들어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천재라는 인식을 보여 줍니다. 철학 천재라고 부를 만하겠습니다.    


자공의 겸손함에 공자도 자기를 낮춥니다. 안회에게는 자신도 안 된다고 말이지요. 우리는 이 대목에서 지智가 아니라 인仁이야말로 학문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경지라는 공자의 강력한 소신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습니다. 인을 갖추지 않은 지란 언제든 불선不善한 용도로 변질되어 쓰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공자의 인식을 빌려 현 시국을 바라보면 불인한 자들이 전문적인 지知를 통해 지智를 얼마나 공익과 먼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때의 지智는 그저 꾀, 모략에 지나지 않는 저급한 수준의 것입니다. 국민에 대한 인仁을 가진 리더는 위기 앞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선장이 동요하면 배는 갈 곳을 잃고 표류하는 법이며 표류하는 배는 승객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기 때문이지요. 


정치가 곧 경제라는 진리를 국민 모두가 깨닫는 시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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