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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28.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13>-유공유문唯恐有聞


子路 有聞 未之能行 唯恐有聞

자로 유문 미지능행 유공유문


-자로는 가르침을 들은 후 미처 행하지 못했을 때면 새로운 가르침 듣기를 두려워했다.



자로의 성품이 잘 드러난 구절입니다. 이런 대목을 참고하면 <공야장> 편 6장에서 공자가 말한 '무소취재無所取材'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지요. 누군가의 자로에 대한 평가는 자로가 스승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후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고자 노력했던 인물임을 잘 보여 줍니다. 


사실 말이 쉽지 배운 것을 바로바로 실천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실천의 책인 논어에조차 실천 방법이 또렷하지 않은 이론적인 앎도 많지요. 그럼에도 배움을 통해 깨달은 바로 매번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만들어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발돋움시키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다만 실천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우리의 독서는 자기 계발서 위주로 구성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모든 앎은 반드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지요.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고전 인문서들의 유용함은 피부로 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누적되면 부지불식 중에 사유하는 인간, 쓰는 인간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있는 자신과 만날 수 있게 되지요. 


누적되지 않는 지식은 지혜로 승화될 수 없습니다. 지혜에 기반하지 않는 실천이란 실상 충동의 산물이기 쉽지요. 우리의 실천이 실상은 충동을 일으키는 자극적인 단기 휘발성 무용 지식無用知識에 근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지혜의 자양분을 바르게 섭취하는 일입니다. 오랜 독서의 결과물이 결국 글쓰기나 독서법 책들의 출간, 수구 정치 세력을 옹호하는 정치 성향으로 귀결된다면 그런 사람의 생각을 기른 책과 경험의 무게란 얼마나 가벼운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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