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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04.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17>-거채居蔡


子曰 臧文仲居蔡 山節藻梲 何如其知也

자왈 장문중거채 산절조절 하여기지야


-공자가 말했다. "장문중은 거북을 집에 두기 위해 기둥머리에는 산을 새기고 동자기둥에는 수초를 그렸으니 그의 앎이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장문중은 노나라를 좌지우지했던 삼환三桓 급은 아니어도 그에 못지 않은 대부였습니다. <팔일> 편에서 삼환의 무례함을 본 적이 있지요. 장문중 역시 공자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는 거북을 가리킵니다. 산 것이 아니라 거북의 등 껍질입니다. 즉 갑골점을 치는 귀한 도구이지요. <<주역>>에서는 영귀靈龜(신령스러운 거북)와 십붕지귀十朋之龜(매우 가치 있는 거북)라는 표현으로 등장합니다. 즉, 장문중은 왕실 만이 소유할 수 있는 채를 집에 보관하기 위해 궐 내의 사당 건물에나 치장하는 무늬를 기둥에 장식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신의 위세를 과신하여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머리와 가슴이 비어 있는 권력자일수록 겉치레에 신경 쓰는 법입니다. 어리석은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한 것이지요. 우리 역사는 언제나 깨어 있는 시민들이 진보시켜 왔습니다. 탐욕스럽고 악독한 위정자들과 그들을 맹종하는 무지몽매한 무리가 아무리 망치고 무너뜨려도 '깨시민'들은 매번 일으켜 세워 왔지요.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무능한 자들이 꾀하고 있는 과거로의 회귀와 소수 만을 위한 세상에 대한 기획 역시 반드시 좌절시키고 절망의 늪에서 나라를 건져 올리고 말 것입니다.


본시 점이란 부정한 자들이 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신성한 점도 그들은 오직 사악한 목적으로만 쓰는 법이니까요.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 '소가 마시는 물은 젖을 만들고 뱀이 마시는 물은 독을 만든다(우음수성유 사음수성독 牛飮水成乳 蛇飮水成毒)'고 했습니다. 젖을 만들기 위해 물을 마시는 뱀은 없지요. 제아무리 화려한 무늬를 걸친 꽃뱀이라도 말입니다. 


공자가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이미지 메이킹에 여념 없는 자들에게서 소처럼 우직하게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치부를 감추고 힘을 드러내기 위해 겉을 꾸며 국민을 희롱할 줄만 아는 자들의 앎이란 얼마나 허접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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