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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04. 2022

일상의 논어 <공야장公冶長18>-언득인焉得仁


子張問曰 令尹子文三仕爲令尹 無喜色 三已之 無慍色 舊令尹之政 必以告新令尹 何如 子曰 忠矣 曰 仁矣乎 曰 未知 焉得仁 

崔子弑齊君 陳文子有馬十乘 棄而違之 至於他邦 則曰 猶吾大夫崔子也 違之 之一邦 則又曰 猶吾大夫崔子也 違之 何如 子曰 淸矣 曰 仁矣乎 曰 未知 焉得仁

자장문왈 영윤자문삼사위영윤 무희색 삼이지 무온색 구령윤지정 필이고신영윤 하여 자왈 충의

왈 인의호 왈 미지 언득인 

최자시제군 진문자유마십승 기이위지 지어타방 즉왈 유오대부최자야 위지 지일방 칙우왈 유오대부최자야 위지 하여 자왈 청의 왈 인의호 왈 미지 언득인


-자장이 물었다. "영윤 자문은 세 번 벼슬에 나아가 영윤이 되었으나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고 세 번 벼슬을 그만두면서도 성내는 기색 없이 전임 영윤의 일을 반드시 신임 영윤에게 알려주었는데, 어떠한지요?" 공자가 말했다. "충하구나." 자장이 말했다. "인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모르긴 해도 어찌 인을 얻었겠느냐?" 

"최자가 제나라 임금을 시해하자 진문자는 십승의 말이 있었음에도 버리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다른 나라에 이르러 말하길 "내 나라 대부 최자 같구나" 하면서 그곳을 버렸습니다. 다른 나라로 가서 또 말하기를 "내 나라 대부 최자 같구나" 하며 그곳을 피했습니다. 어떠한지요?" 공자가 말했다. "청하구나." 자장이 말했다. "인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모르긴 해도 어찌 인을 얻었겠느냐?"            



영윤은 초나라(楚)의 재상을 지칭하는 관직명입니다. 공자는 자장의 말을 듣고 자문에 대해 충忠이라고 평합니다. 충직忠直하다는 것이지요. 공직자로서 승진 따위를 생각하지 않고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곧 나라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철저하게 인수인계에 임하는 것은 사리사욕 없이 정직하게 일했다는 증거이지요. 


진문자는 군신 간의 의義가 무너진 제나라를 떠나지만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실망이 그의 여정에서 잘 드러나지요. 일승一乘은 수레 한 채이고 한 수레는 네 마리 말이 끄니 '마십승'은 10대의 수레, 40마리 말의 규모입니다. 재산을 다 버릴 정도로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 그를 공자는 청하다고 평합니다. 탐욕이 없어 영혼이 맑다는 뜻이겠지요. 청렴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자는 자문이나 진문자를 인하다고 평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공자에게는 그들이 인한지 불인한지 평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지요. 부분 만을 보고 전체를 인정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사람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오류를 공자는 피하고 있는 것이지요. 자장이 전한 현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뿐, 오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두 사람에 대해 공자가 "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정한 까닭을 단지 범인들이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인함의 높은 수준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자장의 말에 이미 그들이 인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라는 공자의 판단에 대한 근거가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즉 "자문이 인하다면 굳이 벼슬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위정> 편 18장에서 봤듯이 자장에게는 출세의 뜻이 있었지만 그것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학문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만일 진문자가 인하다면 불의한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도피하는 대신 자신의 역량만큼 세상을 정화하려는 삶을 추구했겠지요. 꼭 학문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적어도 혼란한 시대 어디에도 없는 이상향을 찾아 끝나지 않을 현실 도피로 삶을 채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리더가 인하지 않으면 나라의 도道는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나라의 도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불인한 리더의 통치는 국민을 향하지 못하고 불안한 자신을 먼저 구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 사이에 불안은 국민에게 전가되지요. 모두가 불안해하여 사방이 흔들리는 나라에 깃드는 것은 오직 절망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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