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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20.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3>-주급불계부周急不繼富


子華使於齊 冉子爲其母請粟 子曰 與之釜 請益 曰 與之庾 冉子與之粟五秉 子曰 赤之適齊也 乘肥馬 衣輕裘 吾聞之也 君子周急不繼富 

原思爲之宰 與之粟九百 辭 子曰 毋 以與爾鄰里鄕黨乎

자화사어제 염자위기모청속 자왈 여지부 청익 왈 여지유 염자여지속오병 자왈 적지적제야 승비마 의경구 오문지아 군자주급불계부 

원사위지재 여지속구백 사 자왈 무 이여이린리향당호


-자화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자 염자가 자화의 모친에게 보낼 곡식을 청했다. 공자가 말했다. "부(여섯 말 넉 되)를 드려라." 염자가 더 청하자 공자가 말했다. "유(열여섯 말)를 드려라." 염자가 곡식 오병(여든 섬)을 드리자 공자가 말했다. "적이 제나라에 갈 때 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갖옷을 입었다. 내가 듣기로 '군자는 궁핍한 사람들은 돕지만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보태 주지 않는다'고 했다."

원사가 가신이 되어 곡식 구백 말을 주었더니 사양하였다. 공자가 말했다. "그러지 말아라. 그것으로 네 이웃 마을 사람들에게 주기라도 하거라."

      


자화子華와 적은 모두 <공야장> 7편에 등장했던 공서화를 가리킵니다. 그의 외교 능력을 공자가 높이 평가했었지요. 


<팔일> 편 19장에서 살펴봤듯이 지식 노마드의 길을 떠나기 전에 공자는 잠시 노나라 고위직인 대사구大司寇로서 법과 외교 분야의 일을 하였습니다. 이웃 대국인 제나라가 공자 견제책으로 노나라 기득권층에게 미인계를 사용하고 그들 역시 공자를 적대시했기에 공자의 고위 공직 생활은 1년 정도의 짦은 기간으로 마무리되었지요. 위 구절은 공자가 대사구로 있던 그 시기의 일화입니다. 


염자는 <공야장> 편에서 공서화와 함께 등장했던 염유입니다. 공자의 추천으로 삼환 중의 하나인 계씨 가문의 가신이 된 후 공자의 가르침과 멀어진 채 현실적 처세를 통해 권력 추구의 길을 걸은 인물이지요. 위의 일화는 염유 특유의 계산적인 면모를 잘 보여 줍니다. 


염유의 생각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입니다. 출장에 대한 대가를 정확히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공서화가 띤 임무는 가볍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염유의 주장이지요. 공서화가 부자이거나 말거나 그런 것은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자가 된 것이 잘못도 아니고 지금 하는 일에 대한 대가는 받아 마땅하다는 논리이지요. 언뜻 그의 입장엔 빈틈이 없어 보입니다. 현대인들의 생각이 딱 이러하지요. 유명 강연가가 그 동안의 인기 덕에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해서 앞으로는 재능 기부 차원에서 무료나 낮은 강연료만 받고 무대에 서라고 요구 받는다면 수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공자의 생각은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바로 그가 쓴 주역 15괘 지산겸괘地山謙卦에 대한 <대상전>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象曰 地中有山謙 君子以 裒多益寡 稱物平施 상왈 지중유산겸 군자이 부다익과 칭물평시 - <대상전>에 말했다. 땅 속에 산이 있는 것이 겸이다. 군자는 이를 본받아 많은 것에서 덜어 적은 것에 더해 주고, 사물을 저울질하여 평등하게 베푼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天地道 損有餘而補不足 천지도 손유여이보부족 - 천지의 도는 남는 곳에서 덜어 부족한 곳에 더해 주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염유는 기득권층이 만든 룰에 얽매여 군자의 도리를 알지 못하는 소인에 불과한 것입니다. 더 갖기를 탐하지 않고 베푸는 것이야말로 공자나 노자에게는 바로 천지의 도를 실천하는 군자의 임무로 인식된 것입니다. 


염유에 반해 원사는 군자의 성정을 가진 제자였습니다. 공자는 원사가 하는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고자 하였고 원사는 그것이 분에 넘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조직에서 연봉 협상할 때와는 상반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공자는 액수의 조정 차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원사의 그릇의 크기를 인정해 주고 있지요. 자기를 알아 주는 스승의 따뜻한 말에 원사의 마음이 참으로 뜨거워졌을 것입니다. 


경제 위기 하에서도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혜택을 몰아주고 어려운 형편에 처한 다수의 국민들은 나 몰라 하는 현 정부 인사들의 정신 수준으로는 꿈속에서조차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의 인식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모두의 집(國家) 기둥뿌리는 빠르게 썩어 문드러지고 있고, 집안의 곳간 여기저기에는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지요. 


집은 다시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부수는 놈 따로 있고 새로 짓는 사람 따로 있고. 끝나지 않은 우리 현대사의 레퍼토리이지요. 인간의 사유가 불가능한 절반의 국민들 때문에 추락의 시절이 또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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