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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21.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4>-이우지자犁牛之子


子謂仲弓曰 犁牛之子騂且角 雖欲勿用 山川其舍諸

자위중궁왈 이우지자성차각 수욕물용 산천기사저


-공자가 중궁에 대해 평하여 말했다. "얼룩소의 새끼라도 뿔이 붉다면 비록 쓰지 않고자 한들 산천이 그것을 내버려 두겠는가?"   



중궁은 <옹야> 편의 주인공 염옹입니다. 말재주가 없는 대신 통찰력이 뛰어난 인물이지요. 한 나라의 리더가 될 만하다고 공자가 극찬할 정도였습니다. 비유법을 구사하여 공자가 염옹의 인물됨에 대해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나라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붉은 빛깔의 소를 사용했습니다. 즉 얼룩소란 제물로 쓸 수 없는 소를 뜻합니다. 혈통이 달라 제사상에 올릴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 소의 뿔이 붉습니다. 적통은 아닐지라도 적통의 자질을 드러낸 것이지요. 이는 비록 미천한 가문 출신이지만 바탕이 훌륭하고 능력이 뛰어난 인물을 비유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뿔이 붉어도 사람들은 소의 혈통에 얽매여 제물로 올려서는 안 된다고 외면하지만 산천 곧 산천의 신은 뿔에 주목합니다. 다른 소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함을 간파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뿔은 단어 그대로 곧 두각頭角인 것이요, 출신 성분 따위의 잣대로는 결코 측정할 수 없는 한 사람의 비범함을 상징합니다.        


공자는 가문 따위가 사람을 말해 주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느 가문의 누구 자식으로 태어나기를 선택하고 세상에 온 사람은 없습니다. 출신의 한미함을 사람을 업신여기는 조건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과거에 학교와 기업들은 부모의 직업이나 자산 현황 등을 캐물었습니다. 어떤 논리를 갖다붙여도 설득력이 없는 천박한 짓이었지요. 2,500여 년 전에 공자가 위와 같이 일깨웠어도 교육 과정에서 배제되니 현대인들의 정신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것입니다. 공교육은 수학능력 평가라는 기묘한 논리를 깨부수고 인간다운 인간을 기르는 본연의 책무에 집중해야 합니다. 공교육이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민주시민의 소양을 갖추게 하지 못하는 한 우리 사회 전체의 정신은 고양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로 인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뻔뻔하고 천박한 리더들의 출몰이 반복될 것이요, 사는 집과 타는 차 따위로 사람을 구분 짓는 상스러운 문화가 창궐할 것이며, 신난 기득권층이 끼리끼리 다 해 처먹는 꼴이 만연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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