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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23.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5>-삼월불위인三月不違仁


子曰 回也 其心三月不違仁 其餘則日月至焉而已矣

자왈 회야 기심삼월불위인 기여즉일월지언이이의


-공자가 말했다. "회야, 마음이    인에 어긋나지 않으면 남은 날은 해와 달이 이르는 것처럼 된단다."   



개인적으로 학자들의 해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목 중의 하나입니다. '안회는 그 마음이 석 달에 이르도록 인에 어긋나지 않으나 그 나머지 사람들은 하루나 한 달에 한 번 인에 이를 뿐이다'의 내용으로 흔히 풀이되지요.


먼저 <팔일> 편 17장을 잠시 보고 가겠습니다. '子貢欲去告朔之餼羊 子曰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

자공욕거고삭지희양 자왈 사야 이애기양 아애기례 - 자공이 고삭 때 희생양을 바치는 풍습을 없앴으면 하자 공자가 말했다. "사야, 너는 그 양을 아끼는구나. 나는 그 예를 아낀다."' 이 구절의 '사야賜也'처럼 위의 '회야回也'는 공자가 안회에게 직접 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위의 구절은 공자가 인에 대해 안회에게 직접 가르침을 주는 장면인 것이지요.


공자는 얘기합니다. '세 달 동안 인할 수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저절로 인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삼월三月은 '오랫동안'을 비유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3의 개념을 전하기 위해 쓰인 것입니다. 고대의 공간 좌표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이고 순서상 인이 3을 담당합니다. 시간 좌표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중 시작을 의미하는 갑목甲木의 기운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달이 인월寅月이지요. 정丁과 임壬의 합을 통해 갑甲이 만들어집니다. 숫자로 임은 1, 정은 2요, 두 개의 합을 통해 생성되는 갑이 3입니다. 정은 인간 사회이자 동시에 물질 에너지를 상징하므로 곧 사람의 몸에 밴 악습, 그릇된 인식 따위를 말합니다. 임은 우주 자연의 이치이자 정신 에너지를 표상하기에 정임합이란 한 사람의 구태의연한 삶의 양태와 사고방식을 정화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태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갑의 새로움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3이란 새사람이 되기 위해 천지의 도를 수용하기를 원하는 인간이 바쳐야 할 시간의 단위입니다. 3시간, 3주가 아니라 3개월이 최소 단위입니다. 우리의 인식 체계에 박혀 있는 100일이라는 단위가 바로 이것입니다. 공부나 운동에 뜻을 두었다면 최소 이 기간 동안은 꾸준히 노력해야 몸에 체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공부와 운동의 긍정성을 온몸으로 느꼈기에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지요.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이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3년, 6년, 9년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 공자의 핵심은 인해지고자 한다면 온 마음으로 100일 간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하게 살지 않고는 참을 수 없게 되는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다시 해가 뜨듯 인의 실천이 날마다 저절로 행해진다는 조언이지요.   


과거와 현재의 대학자들의 해석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닙니다. 고정된 인식 체계에 근거 있는 딴지를 걸 때 인간의 사유는 확장되고 학문은 발전하지요. 위 구절은 논어에서 공자와 안회가 직접 대화를 나누는 생생한 장면 셋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게 읽을 때 우리는 안회가 인한 사람이 된 근간에 스승의 어떤 가르침이 자리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실천해 자유자재한 인자仁者로 거듭난 안회를 바라보는 공자의 뿌듯함과 그의 이른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뭉클한 가슴으로 동시에 만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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