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Aug 03.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14>-축타지녕祝鮀之佞


子曰 不有祝鮀之佞 而有宋朝之美 難乎免於今之世矣

자왈 불유축타지녕 이유송조지미 난호면어금지세의


-공자가 말했다. "축타의 말재주가 있지 않으면서 송조의 미모만 있는 것으로는 작금의 세상에서 화를 면하기 어렵다."  



학자들의 해석이 엇갈리는 구절입니다. 이유而有의 유有도 앞의 불不에 걸리는 것으로 보아 '축타의 말재주도 없고 송조의 미모도 없다면'과 같이 풀이하는 것이 다른 하나의 관점입니다. 저는 원문의 구조 그대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과거의 모든 해석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봅니다. 공자의 본의를 읽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축타가 누구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축타가 등장하는 유이한 다른 대목인 <헌문憲問> 편 20장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子言衛靈公之無道也 康子曰 夫如是 奚而不喪 孔子曰 仲叔圉治賓客 祝鮀治宗廟 王孫賈治軍旅 夫如是 奚其喪 자언위령공지무도야 강자왈 부여시 해이불상 공자왈 중숙어치빈객 축타치종묘 왕손가치군려 부여시 해기상 - 공자가 위령공의 무도함에 대해 얘기하자 계강자가 말했다. "그런데도 어째서 망하지 않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중숙어가 손님을 대접하고 축타가 종묘를 담당하며 왕손가가 군대를 맡고 있습니다. 이러한데 어찌 망하겠습니까?"'


축타는 위나라의 대부로 종묘의 제사를 책임졌다고 합니다. 제사 때 읽는 제문을 축문祝文이라고 부르지요. 그는 언변이 탁월하여 외교 현장에서 약소국 위나라의 위상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당하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 입장에서 보면 축타의 말은 요설과도 같습니다. 강대국의 비위를 살살 맞추면서 자국의 실리를 챙기는 화술에 치를 떨면서도 대적하여 이기지 못하니 죽을 맛이었겠지요. 앞의 <헌문> 편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축타를 높이 평가한 공자가 영이라는 글자를 굳이 사용한 이유는 이런 맥락 차원의 은유임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송조에 대해서는 <공야장> 편 14장에 상세히 알아본 바 있습니다. 어리석은 왕 위령공은 부인 남자南子의 '전남친'인 송조를 송나라에서 위나라로 불러들이지요. 위령공 사후 송조는 위나라에서 추방됩니다. 


이미 우리는 佞이 은유적인 표현임을 알았지요. 실상은 지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여씨춘추>>에 '지귀면화智貴免禍'라고 했습니다. '지혜의 귀함은 화를 면하는 데에 있다'는 뜻입니다. 송조의 외모로 비유된 온갖 겉모습들 곧 지위, 신분, 사적 관계, 재산, 권력 등은 지혜 없이는 사상누각이라는 것이지요. 반드시 화로 되돌아온다는 것입니다. 佞은 공익을 위해 쓰는 지혜의 개념임이 명백합니다.  


권력자 주변이 자리와 이권을 탐하는 자들로 그득해 보입니다. 공익만을 생각하는 지혜로운 인물은 아예 보이지 않지요. 날마다 쏟아지는 뉴스들에서 구린내가 진동합니다. 썩어가는 나라의 살을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하이에나들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그들은 결국 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13>-불벌不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