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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05.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16>-문질빈빈文質彬彬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

자왈 질승문즉야 문승질즉사 문질빈빈 연후군자


-공자가 말했다. "외양보다 내면에 치중하면 야인처럼 되고 내면보다 외양을 중요시하면 사관같이 된다. 외양과 내면이 조화를 이룬 뒤에 군자답게 된다." 



과 문을 대비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질은 바탕이니 곧 내면이요 문은 무늬이니 외양입니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수양과 학문에 전념한 채 배우고 깨달은 바를 세상에 드러내어 쓰려 하지 않으면 야인野人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지요. 한 개인의 삶으로는 호불호를 논할 수 없으나 적어도 군자로서의 삶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질승문즉'은 '내면이 외양을 이기면'의 뜻이니 '외양보다 내면에 치중하면'과 같이 담백하게 풀이할 때 이해가 쉽습니다. 


내면은 부실한데 겉으로 꾸미는데 주력하면 자기 생각이 길러지지 않습니다. 철학이 없으면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할 수 없지요. 동시에 타인을 이끄는 위치에 오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사람을 사관에 비유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글로 남기는 과정은 주관성을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사건과 현상에 대한 기록으로 채워지지요. 사관의 역할과 기여는 실로 크지만 그런 삶 역시 군자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야인과도 같이 고독한 학문과 득도의 길을 통해 실력을 기르고, 사관과도 같이 치열한 장인 정신으로 익힌 바를 말과 글로 펼쳐 세상에 소용될 때 진정한 군자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책무를 다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해석들이 매끄럽지 않아 야와 사를 야인과 사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었습니다. <안연> 편 8장에도 질과 문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이 대목은 위 구절에 비해 이해하기 수월합니다(棘子成曰 君子質而已矣 何以文爲 子貢曰 惜乎 夫子之說君子也 駟不及舌 文猶質也 質猶文也 虎豹之鞹猶犬羊之鞹 극자성왈 군자질이이의 하이문위 자공왈 석호 부자지설군자야 사불급설 문유질야 질유문야 호표지곽유견양지곽 - 극자성이 말했다. "군자는 내면을 갖추는 것으로 족하지 외양을 꾸며 무엇하겠습니까?" 자로가 말했다. "애석하군요. 군자에 대해 선생께서 하신 말씀을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외양은 내면과 같고 내면은 외양과 같습니다. 털을 제거한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이란 개와 양의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유능한 리더가 되려면 일단 아는 것도 경험한 바도 많아야 합니다. 내면이 텅 비면 언행마다 천박함이 묻어나게 되지요. 입만 열면 헛소리가 쏟아지게 됩니다. 글 대신 술로 몸을 채우면 이런 증상이 심해집니다. 내면이 공허하니 자꾸 겉치레에 신경쓰게 되지요. 하지만 철학도 기획력도 없이 즉흥적으로 벌이는 일에 맥락이 있기 어렵습니다. 만날 사람은 안 만나고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가서 생뚱맞은 짓이나 하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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