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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07.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18>-지호락知好樂


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자왈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


-공자가 말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자者를 '것'으로 풀이해도 무방하지요. 


스스로 호학자好學者라고 얘기했던 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학學을 대상으로 말한 것이 분명합니다. 즉 낙학자樂學者의 경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는 겸손함이 은연중 배어 있는 문장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학學에 얽매이지 않고 그 대상을 확장하는 것이 현대적 관점에는 더 부합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갖다붙이면 안되겠지요. '술을 아는 사람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술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와 같이 써 버리면 날이면 날마다 낮술이든 밤술이든 가리지 않고 퍼마시는 행위를 그럴듯하게 포장해 줍니다. <향당鄕黨> 편 8장에 '유주무량불급난唯酒無量不及亂'이라고 하여 공자는 양을 정해 두고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취하여 품위를 잃는 경우는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즐긴다는 것은 실로 만만한 경지가 아닌 것입니다.  


지호락樂을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들인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知에는 경험의 속성이 담겨 있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지知의 단계에 올라설 수 없습니다. 아이스 스케이트를 신을 기회가 없었다면 김연아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겠지요. 그러므로 오늘날의 교육은 가능한 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대상과 분야를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교과서 안에 담긴 죽은 텍스트로 경험을 한정하면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흥미를 잃고 시들어 가게 됩니다.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 알고 싶은 대상과 조우하게 되고 그 대상에 대한 앎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知에는 선택의 속성도 들어 있습니다. 경험과 선택의 지知입니다.   


호好는 반복의 속성입니다. 일 년에 한두 번 가면서 등산과 낚시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말로만 좋아하는 것이지요. 한 달에 하루이틀 책을 열어 볼까 말까 하면서 독서를 좋아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좋아하면 자주 반복적으로 하게 됩니다. 여유만 된다면 매일 하고 싶은 것, 밤잠을 줄여가면서라도 하고 싶은 것이야말로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매일 만나고 싶다면 그는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따라서 호好에는 지속의 속성도 있습니다. 반복과 지속의 호好입니다. 


樂은 탐닉의 속성을 갖습니다. 다른 것들을 모두 포기하고서라도 빠져들고 만 대상이 있다면 당신은 그것을 즐기는 것입니다. 하지 않으면 '인생의 낙'이 없어져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반드시 하고 또 하는 상태에 이른 것이지요. 하지만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망가뜨리는 대상에서 느끼는 은 머지않아 고苦로 전환됩니다. 술, 약물, 도박, 게임 등이 그것들의 예이지요. 그러므로 樂에는 절제의 속성이 반드시 담깁니다. 아무리 공부가 좋아도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하는 무리한 것이라면 樂이 될 수 없습니다. 전 단계인 호好의 반복과 지속이 불가능한 시점이 올 테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고통이 시작됩니다. 탐닉과 절제의 樂입니다.   


어쩌면 공자는 학문 앞에서는 절제할 자신이 없어 호학에 머물기로 마음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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