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Aug 08.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19>-어상語上


子曰 中人以上 可以語上也 中人以下 不可以語上也

자왈 중인이상 가이어상야 중인이하 불가이어상야


-공자가 말했다. "보통 사람 이상과는 수준 높은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보통 사람 이하와는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 이상에게는 수준 높은 것을 말할(가르칠) 수 있지만 보통 사람 이하에게는 그럴 수 없다'의 의미로 해석되는 구절이지만 위와 같이 풀이하는 것이 우리의 직관적인 이해에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語는 공자가 제자들을 다스리는 방식이 쌍방향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글자이지요. 논어 곳곳에서 우리는 질문하는 제자와 답변하는 스승, 묻는 스승과 답하는 제자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장면들과 만나게 됩니다. 공자는 제자들의 지적 수준과 성품, 추구하는 가치 등에 따라 가르침을 전하는 방법을 달리했지요. 예를 들어 현실적 출세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염유에게 안빈낙도의 철학을 따르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관심사가 오직 돈이어서 구사하는 단어가 온통 비즈니스, 재테크, 경매 등에 국한된 말만 하는 사람들과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없습니다. 인문적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돈을 벌기 위해 정당한 방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물론 훌륭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모두를 부유하게 만들지는 못하므로 약자들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는 그저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소인배에 불과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이런 류의 사람들이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들끼리 모여 나라를 운영한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모든 것을 이익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복지, 보건, 의료, 전력, 치안, 대중교통 등과 같은 공공 서비스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지요. 탐욕스러운데 선민의식까지 있으면 위험합니다.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멍청한 국민을 계몽해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의도가 먹히지 않으면 점차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게 되지요. 이런 자들은 '중인이하'이기 때문에 아무리 옳은 얘기를 해도 말귀를 알아듣지 못합니다.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길로 기어코 가고야 말지요.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을 정치의 장에 끌어들인 몰상식한 선택이 일으킬 나비 효과는 상상 초월의 규모일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18>-지호락知好樂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