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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10.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21>-지자인자知者仁者


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자왈 지자요수 인자요산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


-공자가 말했다.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동적이고 인자는 정적이다. 지자는 즐기며 살고 인자는 수명을 누린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구절이지요. 지자와 인자의 특징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오행적으로 수水는 검은색입니다. 깊은 물속은 어두워 밖에서 보이지 않지요. 물이 지혜를 상징하는 이유입니다. 


물은 유동성이 기본 속성입니다. 흐르지 못하게 가두는 것은 물의 생명력을 죽이는 짓이지요. 4대강 사업이 희대의 뻘짓인 까닭입니다. 끊임없이 흘러가고자 하는 물의 성질은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발상의 자유로움과 연결됩니다. 틀에 갇힌 독선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결코 현상 너머의 것을 알아챌 수 없지요.     


물은 산속 옹달샘에서 출발하여 바다에 이르렀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 비로 내려옵니다. 지혜의 확장이자 순환입니다. 배우고 익히기를 멈추지 않고 깨우친 바를 세상에 전해 줍니다.  


물은 막히면 돌아가고 빈 곳을 만나면 채우며 나아갑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태에 좌절하지 않습니다. 처한 상황을 인정한 후 순리대로 대처합니다. 직선으로 내려가는 강물과 마음먹은 대로 풀리는 인생이란 없는 법이니까요. 다만 과정을 즐길 뿐입니다.  


산은 오행적으로 토土입니다. 토는 두터움(厚)의 속성이 기본입니다. 가벼이 움직이지 않고 무겁게 머무는 중후重厚함이 미덕입니다. 인자는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에 주목합니다. 가진 것을 덜어 낮은 곳에 더해 주는 것, 어떤 생명이든 마다하지 않고 품어 기르는 것, 높이를 경쟁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가꾸는데 집중하는 것이 그것이지요.    


수壽는 장수長壽가 아니라 하늘이 정한 수명을 충실히 살다 가는 개념입니다. 평지보다 높아도 산은 어디까지나 땅에 붙어 있습니다. 하늘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지요. 인자가 수명 따위에 연연할 리 없습니다. 


공자가 지知와 인仁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동락水動樂과 산정수山靜壽의 속성을 대비적으로 설명했지만, 실상은 통합적인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지혜롭지 않으면서 어질 수 없고, 어질지 않으면서 지혜로울 수는 없지요. 지혜로운 사람 만이 어질 수 있고, 어진 사람 만이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호수에 괸 물에서 우리는 안분지족을 배울 수 있고, 호수에 비치는 산의 얼굴들에서 역易의 진리와 만날 수 있습니다.  


물도 좋아하고 산도 좋아해야 하지요. 움직일 줄도 알아야 하고 멈출 줄도 알아야 합니다. 과정 자체를 즐기며 사는 동안 알차게 시간을 채우면 됩니다. 


때로는 덧없는 것이 사람의 목숨이지요. 망자들이 겪었을 고통에 공감한다면 그들의 생의 마지막 공간 앞에 쭈그려 앉아 헛소리를 지껄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어질지 않으면 지혜로울 수 없고 지혜롭지 않으면 어질 수 없다는 생생한 증거를 우리는 날마다 목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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