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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17.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26>-천염지天厭之


子見南子 子路不說 夫子矢之曰 予所否者 天厭之 天厭之 

자견남자 자로불열 부자시지왈 여소비자 천염지 천염지 


-공자가 남자를 만나자 자로가 좋아하지 않았다. 공자가 맹세하며 말했다. "내게 잘못된 점이 있다면 하늘이 벌할 것이다 하늘이 벌할 것이야."



앞에서 여러 번 봤듯이 위령공의 부인 남자南子는 권력욕과 음란함이 지대한 자였습니다. 이런 여자가 부른다고 스승이 응했다는 사실에 대해 용勇의 자로가 언짢아하고 있습니다. 결기가 센 자로이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요. 


하지만 공자의 반응이 이상합니다. 평소 자로를 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있지요. "예끼 이 녀석, 뭔 생각을 하는 게냐?" 정도의 말로 넘어가면 충분했을 텐데 하늘에 맹세까지 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왜 이런 구절이 논어에 수록되었나 하는 점입니다. 그 의도를 알아내는 것이 이 구절의 핵심인 것이지요. 


우리는 공자가 하늘의 존재를 늘 염두에 두고 살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이 싫어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 기준은 의義였습니다. <이인里仁> 편 10장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군자지어천하야 무적야 무막야 의지여비 - "군자에게는 천하에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도 없고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 것도 없다, 의로움을 따를 뿐이다."' 즉 과민 반응을 보이는 자로에게 단단히 이르는 것이지요. '너의 스승인 나는 의로움을 따를 뿐이다. 하늘이 늘 지켜보고 있지 않느냐?', 이렇게 말입니다.


정치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 늘 하늘이라는 선명한 존재를 두려워하며 오직 의로움에 목숨을 건다면 우민愚民들에게 기대는 쓰레기 정치가 사라지고 품격 높은 '최선을 위한 경쟁'이 자리잡겠지요. 불의不義의 정치가 횡행하는 이유는 국민을 우습게 보기 때문입니다. 뭔 짓을 해도 표를 던져 주는 몽매한 자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불의한 자들이 응징 받을 시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의로운 국민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나라를 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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