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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19.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28>-근취비近取譬


子貢曰 如有博施於民而能濟衆 何如 可謂仁乎 子曰 何事於仁 必也聖乎 堯舜其猶病諸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자공왈 여유박시어민이능제중 하여 가위인호 자왈 하사어인 필야성호 요순기유병저 부인자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 능근취비 가위인지방야이


-자공이 말했다. "만일 백성 중에서 널리 베풀어 민중을 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떠한지요? 인하다고 할 수 있는지요?" 공자가 말했다. "어찌 인에 머물겠느냐? 반드시 성인이다. 요순도 그것을 다만 근심하셨다. 인이라는 것은 자기가 서고자 할 때 남을 세우고 자신이 이루고자 할 때 남을 이루게 하니, 가까이에서 유사한 대상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인의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지智의 자공이 던지는 질문은 인仁을 가늠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자가 웬만해서는 인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니 '그럼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인가요?'라고 묻는 것이지요.


박시博施와 제중濟衆은 인의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한 성인의 경지라고 공자는 말합니다. 그럴밖에요. 그것은 위대한 리더조차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공자가 요순의 예를 든 이유입니다.


이 구절에서 우리는 근취비近取譬를 잘 해석해야 합니다. 앞 문장을 충분히 이해할 때 공자가 이 표현을 쓴 까닭과 자공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지혜로운 제자가 인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 데는 자신의 탓도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리하여 세심하게 답해 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승진 기회가 오면 자신이 먼저 그것을 잡고자 합니다. 이익과 포상도 일단 자기가 받고 싶어 하지요. 실력과 공이 있어도 내세우지 않고 감추며 양보한다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공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성정이 바로 인이라고 얘기합니다. 나의 욕망과 동시에 타인의 욕망을 감각하는 감수성을 갖는 것, 그리고 타인이 우선 뜻을 이루도록 한 걸음 물러나 도와주는 양보심과 배려심 말입니다. 


譬는 비유譬喩의 개념이니 곧 비슷한 처지의 사람입니다. 따라서 취비取譬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찾아 돕는 것'입니다. 근취비近取譬이니 먼 곳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에서 그렇게 하라는 것이지요. 인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바로 우리 각자의 바로 옆에 인의 실천 대상이 있다고 깨우치는 것입니다.  


<옹야> 편의 마지막 장은 우리가 일상에서 행할 수 있는 인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해도 그릇을 갖춘 이들은 반드시 있는 법입니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만 갖추고 있다면 오늘 공자의 조언은 생각보다 실천에 옮기기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버러지 같은 자들까지 배려하는 것은 어진 것이 아니라 정신이 어지러운 것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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