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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20.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1>-술이부작述而不作


子曰 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

자왈 술이부작 신이호고 절비어아노팽


-공자가 말했다. "술하지만 작하지는 않는다. 옛 것을 믿고 좋아함을 남몰래 우리 노팽에 견주어 본다."   



'술이부작'이라는 유명한 표현이 나옵니다. 술은 전술傳述입니다. 옛 것을 전하기 위해 기술하는 것이지요. 즉 '술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과거의 말과 글을 전하는 방법론으로 채택하여 적용한다는 뜻이 됩니다. 작作은 창작創作입니다.  


술이부작을 자기의 주관적 판단과 의견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술하려면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면서 체계를 잡아야 합니다. 모으고 기록하는 과정은 술하는 자의 개입을 시종일관 요구하게 되지요. 완전히 객관적인 전술傳述이란 불가능한 개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술이부작을 불술이작不述而作 곧 술하지는 않은 채 곧장 작하는 행동에 대한 경계로 읽는 것이 옳겠습니다. 쓰기보다 공부가 선행되어야 함을 지적하는 말로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오늘날 서점에 쏟아지는 무수한 책들에 대한 일침으로도 들립니다. 너도나도 작한 행위의 결과물들이 그곳에 쌓여 있습니다. 그 책들 안에 얼마나 많은 '술의 정신'이 담겨 있는지 의문입니다. 과거의 성인들은 오늘날의 책들을 읽은 바 없습니다. 이 점은 우리의 독서 방향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줍니다.


'신이호고'는 뒤에 이어지는 동사 비比의 목적어가 됩니다. 공자가 술이부작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은나라의 노팽이라는 인물도 술이부작했던 모양입니다. 옛 것을 신뢰하고 좋아할 때 술이부작이 가능한 것임을 말하고 있으며, 공자는 여러 과거의 말과 글을 집대성하여 저작으로 남김으로써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주역>>에 대한 술이부작이 대표적입니다. 


읽고 사유하는 훈련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리더가 되면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간장종지에 담긴 물로는 만인의 목을 축일 수도, 대지를 적실 수도 없지요. 날마다 우리의 마음이 삭막해지고 우리의 세상이 각박해지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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