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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21.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지학회識學誨


子曰 黙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

자왈 묵이지지 학이불염 회인불권 하유어아재


-공자가 말했다. "묵묵히 쓰고, 배우는데 싫증내지 않으며, 타인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 나에게 (이외에 다른) 무엇이 있겠는가?"  



알 식() 자를 여기에서는 적을 지()로 읽습니다. 공자는 과거의 글들을 찾고 모아서 열심히 기록했지요. 묵지識를 '묵묵히 쓰다'라고 풀이할 때 이어지는 문장과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공자, 쓰는 자'의 면모입니다.   


'학이불염'은 공자의 지치지 않는 학구열을 뜻합니다. 호학好學의 성정에 바탕한 새로운 앎에 대한 열정이지요. 인간과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은 공부를 멈출 수 없습니다. 매일의 공부를 통해 세계의 본질을 읽는 눈이 밝아짐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공자, 공부하는 자'입니다. 


'회인불권'은 '공자, 가르치는 자'로서 공자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쓰고 공부하는 것은 고독한 일입니다. 고독 속에서 앎은 늘어나고 사유는 깊어져 이전에 없던 지혜가 생겨나는 법입니다. 고독한 자만이 가르침의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는 까닭입니다.


권력에 찍힐까 봐 세상의 불의에 찍소리도 못 내는 교수들은 고독한 시간을 갖지 않는 자들이지요. 지식의 기능, 지식인의 역할을 망각한 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이 넘치니 과거 정의의 대명사였던 대학생들이 선택적 분노만 터뜨리는 나약한 무개념이 되어 버린 것이겠지요. 가르칠 자격을 상실한 자들이 가르치는 자로 남아 있는 동안 배우는 자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펜은 칼보다 약하다. 나대지 마라', '공부가 아니라 권력이 학위를 보장한다. 출세하라'라는 그들의 침묵의 가르침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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