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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04.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14>-구인득인求仁得仁


冉有曰 夫子爲衛君乎 子貢曰 諾 吾將問之 入曰 伯夷叔齊何人也 曰 古之賢人也 曰 怨乎 曰 求仁而得仁 又何怨 出曰 夫子不爲也

염유왈 부자위위군호 자공왈 낙 오장문지 입왈 백이숙제하인야 왈 고지현인야 왈 원호 왈 구인이득인 우하원 출왈 부자불위야   


-염유가 말했다. "스승께서 위나라 임금을 도우실까?" 자공이 말했다. "괜찮다면 내가 여쭤 보겠네." 자공이 들어가 말했다. "백이 숙제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옛 현인이지." 자공이 말했다. "원망했을까요?" 공자가 말했다.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는데 무엇을 원망했겠느냐?" 자공이 나와 말했다. "스승께서는 그리하지 않으실걸세."  



앞에서 우리는 위나라의 정세에 대해 여러 번 살펴본 바 있습니다. 위령공 사후 그의 아들 괴외는 왕비 남자南子를 축출하려다 실패하여 망명하지요. 남자는 괴외의 아들 첩을 권좌에 앉히니 그가 위출공衛出公입니다. 훗날 괴외는 난을 일으켜 남자를 죽이고 왕위를 탈환하지요(위창공莊公). 


위 구절은 공자 일행의 14년 간의 유랑 생활 중 위나라에 머물던 시기의 대화입니다. 괴외의 난 이후의 시점으로 봐야겠지요. 


외교 천재, 협상의 대가 자공이 스승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백이와 숙제 이야기를 꺼냅니다. <공야장> 편 22장에서 우리는 그들에 대한 공자의 생각을 만나본 바 있습니다. (참고: https://brunch.co.kr/@ornard/937)


권력에 뜻을 두지 않고 인仁의 도리를 따랐던 백이 숙제에 비해 위나라는 권력을 지키려는 아들과 권력을 빼앗으려는 아버지 간의 쟁투가 한창이었지요. 백이 숙제에 대한 공자의 평가에서 자공은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을 읽어 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공은 나중에 위나라의 재상을 지내지요. 이는 그가 위나라 출신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공은 공자의 선택을 받아 탁월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약소국 노나라를 위기에서 여러 번 구해 주었고, 이재에도 밝아 큰 부자가 되어 공자의 경제적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공자 사후 6년상을 치르기도 했지요. 공자에 대한 그의 존경심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자와 그의 제자들과의 일화는 화두를 두고 펼쳐지는 중국 선종 사제지간의 극적인 이야기들에 비하면 밋밋한 데가 있습니다. 사실은 유가 텍스트 전반의 특성이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논어를 오늘의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는 그 평이함 속에 우리가 실천 지침으로 삼을 만한 조언들이 은근하게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수단과 방법의 치졸함에 아랑곳없이 정치 보복에 나서고 있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은 국민과 국가를 뒷전으로 밀고 오직 권력 강화와 차기 권력 승계를 목표로 삼고 있는 듯 보입니다. 물가와 환율은 치솟아 가계와 기업은 아우성인데 금리는 억지로 붙들어 매면서 시대 착오적인 부동산 부양과 부자 감세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복지 사각 지대는 외면 받고 있지요. 무역 수지 적자와 환율 상승 기조 지속은 외환보유액의 고갈을 가속화하고, 고금리는 가계 부채 폭발과 부동산 거품 붕괴를 야기시켜 금융기관들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세계 공통의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현상이 극악한 위기인 이유는 그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의 형편을 고려할 여력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에 강대강으로 치닫는 강대국들 간의 신패권주의 구도는 우리로 하여금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한 전략에 바탕한 균형 외교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외교 실종 상황에서 외환 위기와 경제 위기의 그림자가 옅어질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공 같은 특출난 외교관도 없고 DJ 같은 통찰 있는 리더가 준비되어 있지도 않은 지금은 일단 외환 위기가 촉발되는 순간 국가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 협력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금 모으기 운동 같은 자발적 국민 참여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정의 가치가 훼손된 마당에 어느 국민이 정부를 믿고 자신의 자산을 내놓겠습니까? 공자가 불인한 위나라 임금을 돕지 않는 것처럼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로 행동할 것이라는 얘기이지요. 이래서 순리를 어기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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