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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07.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17>-아언雅言


子所雅言 詩書執禮 皆雅言也

자소아언 시서집례 개아언야


-스승께서 고상하게 말씀하시는 것은 시, 서, 집례 모두가 아언이기 때문이다. 



대단한 내용이 아니면서도 해석이 두 갈래로 엇갈리는 구절입니다. 먼저 '공자께서 평소 말씀하시는 것은 시경과 서경, 그리고 예의 실천이었으며, 모두 늘 말씀하셨다'와 같이 풀이하는 것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공자께서 표준어로 바르게 읽으신 것은 시와 서를 읽고 예를 집행하실 때였다. 모두 표준어로 바르게 읽으셨다'와 같이 해석하는 것입니다. 각각 주희와 정현의 설이라고 합니다. 둘 다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지요. 


'아언'의 사전적 정의는 '아취雅趣 있는 말'이고 아취는 '아담(雅淡ㆍ雅澹)스러운 맛이나 취미'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아한 말'이나 '고상한 말' 정도가 되겠지요. 저는 앞의 아언을 '고상하게 말하다'와 같이 풀이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언言을 동사로 보는 것이지요. 공자가 늘 품위 있는 언어를 구사했다는 얘기입니다.


이 경우 그 다음의 문장은 공자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근거가 됩니다. 항상 아언인 시와 서를 즐겨 읽고 예식을 자주 주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품격 있는 언어 구사가 몸에 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석할 때 중언부언하지 않게 되고, 이 구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집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우리가 하는 말이란 보이지 않는 우리의 일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것이지요. 평소 어떤 책을 읽는 지, 어떤 때와 장소에서 어떤 언어를 어떤 태도로 접하고 구사하는 지 미루어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말이란 반드시 인격을 투영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글을 통해서도 인격이 내비칠 수 있지요. 하지만 글이란 교정의 과정이 동반되는 법이요, 실제 생각과는 다르게 의도적으로 기획한 내용을 담을 수도 있기에 인격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지는 못합니다. 오직 생생한 현장성을 갖고 있는 말만이 한 사람의 지식과 지혜, 그리고 인격을 온전히 드러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문자에 현혹되어 한 사람의 진심을 곡해하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본심을 위장한 거짓에 속지도 말아야 합니다. 반드시 상대의 얼굴과 눈빛을 대면하며 그의 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웬만한 사람은 하늘처럼 마주하고 있는 타자 앞에서 태연히 연기하지는 못하는 법입니다.


무수한 말을 통해 스스로 리더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수도 없이 증명해 보인 사람을 리더로 뽑은 대가를 우리는 지금 치르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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