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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16.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5>-유항有恒


子曰 聖人 吾不得而見之矣 得見君子者 斯可矣

子曰 善人 吾不得而見之矣 得見有恒者 斯可矣 亡而爲有 虛而爲盈 約而爲泰 難乎有恒矣

자왈 성인 오부득이견지의 득견군자자 사가의

자왈 선인 우부득이견지의 득견유항자 사가의 망이위유 허이위영 약이위태 난호유항의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성인은 내가 만나 볼 수 없으니 군자를 만나 보는 것으로 족하다."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선인은 내가 만나 볼 수 없으니 한결같은 사람을 만나 보는 것으로 족하다. 없는데도 있다고 하고, 비었는데도 찼다고 하며, 빈곤한데도 가졌다고 하니 한결같기가 어렵다."      



성인은 드무니 군자라도 만났으면 좋겠고, 선량한 사람은 적으니 늘 변치 않는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하는 공자의 바람이 들어 있습니다. 성인 대 군자, 선인 대 유항자의 구도이지만 전체 맥락은 '유항' 곧 '한결같음'에 방점이 찍혀 있지요.


출간을 앞두고 있는 <<담백한 주역>>에서 성인과 군자를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성인 성(聖)에 임壬이 들어 있습니다. 남보다 깊이 듣고 남보다 깊게 말하는 사람이 성인입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하늘의 이치인 임壬을 깨우쳤기 때문입니다. 군자는 하늘의 이치를 깨우친 성인의 수준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속적인 세상의 기준으로는 충분히 타인의 귀감이 될만한 깨우침을 얻은 사람인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인은 인자仁者로 보면 됩니다. 꼭 공자의 눈높이로 보지 않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어진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어질게 살면 약하다고 여기고 핍박하는 인간 사회의 분위기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지요.


공자는 항恒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인간으로 하여금 실체가 없는 것도 마치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망이)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언행을 하도록 추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도道를 품고 그것에서 이탈하지 않는 사람만이 항恒할  있는 것이지요. 역易의 진리가 작동하는 세계에서 한결같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모순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계절은 변해도 계절의 순환은 계속되듯이,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도 변함 없이 지켜야  가치와 신념, 소명 등은 있는 법이지요. 시대와 세태의 변천 하에서도 지켜야  것을 한결같이 지킬  아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공자는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항恒에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친일종미반북반평화친자본사대반공수구꼴통親日從美反北反平和親資本事大反共守舊骨痛'들의 한결같음은 인류 역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감히 대적할 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막강합니다. 어떤 약으로도 치료 불가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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