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Sep 17.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6>-익불사숙弋不射宿


子釣而不綱 弋不射宿

자조이불강 익불사숙


-스승께서는 낚시는 하셨으되 그물질은 하지 않으셨다. 주살질은 하셨으되 자는 새를 쏘지는 않으셨다.    



어업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낚싯대도 쓰고 그물도 쓰는 것이 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어부는 아닐지언정 생계 유지를 위해 때때로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도 낚시질만 했다는 것은 공자가 필요 이상의 것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시장에 내다팔 의도를 가질 때 그물은 효과적인 도구로써 인식되는 법이니까요. 


새를 사냥할 때 화살의 수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공자는 화살에 줄을 매어 쏘는 방법을 썼던 모양입니다. 잠든 새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의 곧은 성품을 대변합니다. 비록 새를 쏘아 잡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새에게도 달아날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지요. 잡아야 하는 사람과 잡히지 말아야 하는 새의 욕망은 동일한 것입니다. 다 먹고 살자고 공자는 활을 들고 있는 것이요, 새는 땅에 내려앉아 풀숲을 뒤적이는 것이지요. 공자와 새는 서로의 최선을 다해 죽여야 하고 살아야 합니다. 


적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식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의 새를 노리지 않았다는 것은 공자가 사람을 상대할 때도 동일한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점을 알게 해줍니다. 몰래 다가가 등에 비수를 꽂기를 마다하지 않는 비겁한 자들의 방식과는 거리가 먼, 정정당당한 대결을 선호하고 결과에 대해 기꺼이 승복하겠다는 태도이지요.               


돈에 대한 무한의 탐욕과 권력 쟁취와 유지를 위해서는 어떤 파렴치한 짓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비루함이 넘실대는 이 시대를 보았다면 공자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지요? '야 증말 다들 열심히들 산다 증말 열심히들 살어."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5>-유항有恒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